<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리암 니슨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여름 두 대형작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행>(감독 연상호)과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각각 뉴와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두 대형 배급사가 극장가 여름 성수기에 내놓은 대형작으로 일주일 차이를 두고 개봉하는 올여름 흥행 맞수 영화다. 그러나 12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부산행>과 13일 주요장면 시사를 가진 <인천상륙작전>의 가는 길은 사뭇 다르다.
<부산행>은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확률 5000분의 1의 도박과도 같았던 인천상륙작전, 맥아더 장군이 진두 지휘했던 한국전쟁 당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부산행>은 한국영화엔 사뭇 낯선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대거 들여왔고 <인천상륙작전>은 세계적 스타 리암 니슨에게 맥아더 장군 역을 맡겼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두 영화가 내보이는 세계관과 표현 전략은 판이하다.
<부산행>에선 도시 곳곳이 불타오르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도망치는데도 정부에서는 이를 “과격시위”로 단정짓고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불안감에 쫓겨 서로를 배척하기도 하고, 혼자 살겠다고 이기적인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영화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애착이라는 ‘한국적 정서’에서 시작해 재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인천상륙작전>에선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인천을 지키던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과 첩보작전에 투입된 장학수 대위(이정재), 모두의 반대 속에 인천상륙작전을 추진하는 더글라스 맥아더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13일 공개된 15분 영상에서는 역사속 인물처럼 보이는 리암 니슨의 모습, 긴박한 전쟁 장면 등으로 헐리우드 전쟁 영화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날 주요영상이 공개되면서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적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한국적 이념형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공개 영상 속 북한군 사령관은 마구잡이로 사방에 총질을 해대는 반면, 남쪽 정보장교는 “사상이 다르다고 총을 쏠 수 있느냐”며 인간애에 호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나는 이 소년의 조국을 구해주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맥아더 장군의 말에선 ‘구원자’ 미국의 면모만 부각될 뿐 복잡한 역사적 맥락은 소거된다. 두 이념의 대립 속에서 대리전을 치러야 했던 복잡다단한 시대상을 포착하려는 영화적 고민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천상륙작전> 주요 장면 상영회가 끝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안보의식이 강해야 적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한 감독은 “호국영령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 외신기자는 리암 니슨에게 “지금 시기에 북을 자극하는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부산행>은 좀비물 등 새로운 장르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를 겨냥한다. <부산행>은 15세 관람가, <인천상륙작전>은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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