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제 영화 속 주인공은 한결같이 결점투성이죠. 그릇된 선택을 하고 스스로 인생을 망쳐버리는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사진·57)은 <불량공주 모모코>(200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파코와 마법 동화책>(2008), <고백>(2010), <갈증>(2014) 5편의 장편 영화에서 한결같이 정상을 벗어난 인물들을 그려왔다. “슬픈 한숨을 짓거나, 술에 찌들거나, 일찍 인생을 끝장내는”(<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인물들은 또한 비범한 폭력과 자기파괴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마련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특별전 상영작들은 온라인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돼버렸다. 특별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을 23일 부천에서 만났다.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고 나 자신도 결점투성이에 그렇게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근본에 있기 때문에 뭔가 뒤틀린 주인공을 만들어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영화가 사람을 격려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무서울 정도로 형편없고 막장인 사람들이 활기있게 사는 모습을 봤을 때 용기가 날 수 있다. 내 영화는 그런 쪽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감독은 <불량공주 모모코> 원작 소설을 읽고서 ‘사회에서 소외돼도 난 상관없다. 내 인생 내가 살겠다’는 모모코의 태도에 반했단다.
“영화제작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원작을 읽고 주인공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떠날 채비를 하지만 그것만으론 어떤 여행이 될지 알 수가 없다. <고백>을 찍을 때 여주인공을 맡은 마츠 다카코라는 배우와 촬영하면서 비로소 교사가 어떤 감정으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알게 됐다”는 테츠야 감독은 “<고백> 마지막 장면에서 모리구치 선생님이 딸을 죽인 소년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가장 증오하는 두 사람이 사실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임을 발견하게 됐다”는 경험을 들려주었다.
테츠야 감독 영화 속 주인공들은 밝고 순진한 얼굴로 스스럼 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그토록 폭력적인 인물을 그려내면서 왜 항상 가장 아름다운 배우를 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감독은 “사람이라면 단순히 아름다운 여배우와 현장에서 작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지 않겠는가. 나는 항상 아름다운 배우와 사심을 담아서 작업한다”며 웃었다.
광고 감독을 하다 1988년 영화 <바보 자식! 저 화났습니다>로 영화를 시작한 그는 작품을 찍을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생소한 작업을 했을 땐 가슴이 두근거린다. 컬러풀한 시골 영화가 적다고 생각한 차에 <불량공주 모모코> 같은 화려한 시골풍경을 그린 작품을 만들게 됐다. 그러나 반복하면 다시 평범해진다. 가장 고역스러울 때가 ‘지난번 작품과 비슷한 느낌으로 해주세요’ 라는 주문을 받을 때다. 이미 경험한 일을 다시 하면 지겨움을 느낀다”고 그는 말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이후 앞으로 뮤지컬 형식의 영화는 다시 만들것 같지 않다고 해왔던 그는 이번엔 “최근엔 흑백 느낌의 화면만 그려왔으니 앞으론 다른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영상만을 생각한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부분은 역시 인간이다. 미장센은 인간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위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감독의 이런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대목은 한국영화에 대한 대답에서였다. 그는 “존경하는 감독들이 바뀌기도 하지만 그중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은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다. 이창동 감독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훌륭하다. <오아시스> <밀양>은 내가 용기를 얻고 싶을 때마다 보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른 영화를 만드냐고 물었더니 한 마디로 자른다.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과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바보”라고.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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