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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관음증·죄의식·공포…히치콕의 세계 극장에서 만난다

등록 2016-08-03 15:16수정 2016-08-03 20:54

CGV 아트하우스 ‘히치콕 특별전’ 4~24일 전국 순회상영

한 여인이 황홀한 표정으로 물줄기를 맞고 있다.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꽤 오랜 시간 운전하며 도망쳐 온 터다. 겨우 찾은 모텔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있다. ‘그래 돈을 돌려주고 새 삶을 살자’ 마음먹은 터였다. 갑자기 끼익 끼익 금속성 사운드와 함께 샤워 커튼이 걷힌다. 노파처럼 보이는 인물이 칼날로 그를 난자한다. 비닐 커튼을 잡고 쓰러진 여인의 눈동자가 클로즈업된다.

영화 사상 최고 명장면의 하나로 꼽히는 <싸이코>의 샤워실 살인 장면이다. 여인의 황망한 표정과 벌거벗은 몸매, 번뜩이는 칼날, 물줄기에 섞여 흘러가는 핏물 등이 빠른 속도로 교차편집된다. 2분50초짜리 이 장면을 위해 카메라 위치가 70번 바꼈고, 7일 간 촬영이 이어졌다고 한다.

섹슈얼리티와 스릴러, 죄의식과 마더 콤플렉스 등의 심리 기제를 기막히게 버무리며 잊지 못할 영화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안긴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을 티브이가 아닌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가 온다. 4일 씨지브이 아트하우스에서 막을 올리는 ‘히치콕 특별전’이다. <싸이코>를 시작으로 <현기증> <이창> <새> 등 4편이 25일까지 3주간 서울 명동역, 광주터미널, 서면, 대구, 대전 등 전국 씨지브이 아트하우스 8개관에서 순회상영된다.

네 편 모두 걸작 반열에 오른 히치콕의 대표작들이다. <현기증>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매들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음모와 집착, 성적 끌림과 죄의식, 속죄와 복수 등의 복합적 심리를 서스펜스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이창>은 다리를 다친 뒤 망원경으로 창 너머 건물을 몰래 들여다보는 데 재미를 들인 사진작가 제프가 우연히 맞은편 건물에서 벌어지는 살인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관음적 시선이라는 소재를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리를 은유하며 현대 사회의 단면을 냉철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위대한 재난영화”(영화평론가 짐 호버만)라는 평가를 받은 <새>는 갑작스런 새들의 공격을 소재삼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을 영상화했다.

<400번의 구타>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시대를 연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 히치콕 사이 일주일 간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 <히치콕 트뤼포>도 함께 상영된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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