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D-10
봉준호·박찬욱 등 불참하거나 비공식 일정만
일부 레드카펫에서 ‘부산시 사과’ 요구 행동 계획
장률 ‘춘몽’·차이밍량 ‘가을날’ 등 기대작 예매 행렬도
봉준호·박찬욱 등 불참하거나 비공식 일정만
일부 레드카펫에서 ‘부산시 사과’ 요구 행동 계획
장률 ‘춘몽’·차이밍량 ‘가을날’ 등 기대작 예매 행렬도
10월6일 개막하는 21번째 부산국제영화제(비프·BIFF)를 맞아 영화인들의 발길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고 있다. “단체의 영화제 보이콧 방침은 그대로지만 개인 자격으로 비공식적 참석을 하는 것은 선택에 맡긴다”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영화계 주요 단체들의 결정으로 영화제 참석 여부는 개인들의 선택으로 돌아갔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싸움을 끌어안고 새로운 아시아의 영화를 상영하는 21번째 영화제에서 영화인들은 무엇을 하고 어떤 영화를 볼까? 비프에 대처하는 영화인들의 자세를 들여다본다.
■ 레드카펫에선 “서병수 사과하라” 중견 감독 대부분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영화제 보이콧 방침을 따르는 분위기다. 조합 대표인 봉준호 감독, 부대표인 류승완·최동훈·변영주·정윤철 감독 등과 박찬욱·이준익 감독 등은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비공식 행사에 잠시 들르는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영화제가 외압에 시달리며 결국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해명 없이 열리는 영화제는 거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영화제작가협회와 마케팅사협회 등은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제작자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정치적 보복 때문에 혼자 고통을 겪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치러지는 올해 부산영화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배우 양익준은 페이스북에 개막작 <춘몽> 출연 배우로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며 불가피한 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계 전체로는 불참을 선언한 영화인들과 지난 7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새 이사장 주도로 이뤄진 정관 개정이 영화제 자율성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보이콧을 철회한 영화인들 사이 대립이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비프에 참석하되 현장에서 공동행동에 나선다는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원인과 파장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막식에 참석하는 영화감독, 프로듀서 등 영화인들과 함께 공동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해임·기소됐을 때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영화인들은 ‘서병수 사과하라’ ‘이용관을 지키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레드카펫에 설 계획이다.
오동진 마리끌레르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간인 10월9일 열리는 비프 사태 관련 토론회 사회를 맡았다. ‘갑론을박: 비프 사태를 돌아본다’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토론회에는 김조광수 감독,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위원장, 강석필 감독 등 사태 당시 정관개정 싸움을 함께 했던 이들이 나와 비프 사태 원인과 해결에 대해 끝장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영화인들이 모여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위기를 돌아보는 토론회는 10월12일에도 ‘비프 사태를 통해 본 한국문화사회의 위기’, ‘영화, 표현의 자유를 말하다’는 주제로 2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또 부산지역 젊은 예술가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 영화의 전당 1층에 2년 동안 부산영화제의 싸움을 기록한 영상,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 영화관엔 ‘반가운 감독들’ 영화제의 중심인 상영작을 찾아 나서는 관객들은 어떤 일정을 짜는 게 좋을까? 개막작인 장률 감독의 <춘몽>을 시작으로 69개국 301편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의 개·폐막식과 상영작 예매는 29일부터 시작된다.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는 영화평론가 김시선은 <춘몽>과 차이밍량 감독의 <가을날>, 라브 디아스 감독의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를 볼 생각이다. <춘몽>은 <망종> <두만강> 등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렸던 장률 감독이 예전의 문제의식을 꿈과 유머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장 감독은 2005년에도 <망종>으로 비프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차이밍량의 <가을날>은 24분짜리 단편이며, 라브 디아스의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는 1896년 스페인에 대항한 필리핀의 혁명기를 담은 영화로 무려 480분짜리 장편극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 <사라예보의 죽음> 등 해외 화제작도 많지만 역시 영화제 현장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관심의 대상이다. 영화평론가 이용철은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디지털 시네마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알베르트 세라 감독 <루이 14세의 죽음>과 독일 영화의 부흥을 예고하는 마렌 아데 감독 <토니 에르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릴얀테 멘도사 감독의 <마로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달콤한 꿈>, 전복적인 영화를 만들어온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 감독의 <조류학자의 은밀한 모험> 등을 예매 리스트에 올렸다. 현대 아프리카 영화 중 가장 중요한 영화로 평가받는 술레이만 시세 감독의 1987년 작 <밝음>이나 크리스티 푸이우 감독 <시에라네바다>도 극장에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영화제에서 챙겨야 할 영화로 꼽힌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일반 상영관보다는 주로 아시아필름마켓 상영작을 찾아 신작을 발굴하지만, 올해는 일반 상영관에도 한국인에게 친숙한 감독들의 반가운 신작이 여럿 있어서 두루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판 위의 여인>은 호러영화 거장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으로 프랑스의 오래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판타스틱 영화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이상일 감독도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분노>를 들고 부산을 찾는다. 와타나베 겐, 아야노 고,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다.
장양 감독(<선위의 영혼>), 사부 감독(<행복을 찾아주는 사람>) 등도 이미 부산에 다녀간 적이 있거나 한국에 친숙한 감독들이다. 호유항 감독은 <미세스 케이>에서 처음으로 액션 영화에 도전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21회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폐막작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오는 10월6일 개막하는 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영화제 파행 운영에 대한 부산시의 책임을 묻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레드카펫에 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현하는 모습.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의 특징은 해외에서 호평받은 작품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외국 감독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마렌 아데 감독 <토니 에르트만>.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 감독의 <조류학자의 은밀한 모험>.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알베르트 세라 감독의 <루이 14세의 죽음>.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크리스티 푸이우 감독의 <시에라네바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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