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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단 한 컷을 위해 천 컷을 그렸어요”

등록 2016-11-03 14:52수정 2016-11-03 22:29

<죽어도 좋아♡> 골드키위새 작가 인터뷰

꼰대 상사에 유쾌한 펀치
2030 여성들의 공감 얻어
골드키위새 작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작가가 그린 자신의 캐릭터 그림으로 사진을 대신한다.
골드키위새 작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작가가 그린 자신의 캐릭터 그림으로 사진을 대신한다.
공포물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피 흘리며 하나둘 죽어나가고 댓글난은 추측으로 들끓지만, 이 만화의 장르는 순정. 기상천외한 개그를 선보인 코믹물이기도 하다. 포털사이트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지난해 4월 시작해 올 10월 연재를 마친 웹툰 <죽어도 좋아♡>다. 골드키위새(필명·26) 작가는 독특한 설정과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 솜씨로 독자들을 흔들며, ‘2015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았다. 남자 작가들이 독주해온 개그 만화계에 홀연히 등장한 이 무서운 여자 신예 작가를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뭘 그려야 할지 고되게 고민하다가 문득 예전에 구상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원래는 어두운 이야기인데 밝은 이야기로, 한번 죽는 것을 여러 번 죽는 이야기로, 연재 의도에 맞춰 비틀고 비틀었어요.” <죽어도 좋아♡>엔 죽어 마땅한 상사와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입만 열면 성 차별, 학력 비하, 외모 공격을 일삼는 백 과장 밑에서 일하는 주인공 이루다와 다른 부하 직원들은 백 과장이 없어지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어느 날 백 과장은 ‘죽어’라는 소리를 듣거나 누군가의 원한을 사면 바로 죽게 된다. 문제는 백 과장이 죽으면 그날 하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며 이 사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인 이루다가 함께 백 과장의 저주에 갇혀 버렸다는 것이다.

웹툰 <죽어도 좋아>.
웹툰 <죽어도 좋아>.
웹툰 <죽어도 좋아>.
웹툰 <죽어도 좋아>.
“독자들이 어떻게든 2화를 보도록 해야 하니까 우선 충격적인 1화로 훅을 날렸죠.” 왜 첫 화부터 백 과장이 죽어야 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다. 첫 화가 강펀치였다면 그다음엔 20~30대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애환을 묘사한 크고 작은 잽들이다.

“댓글난에 이루다와 백 과장이 사귀게 될까봐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 백 과장의 문제는 나이가 많다는 게 아니라 못된 사람이라는 것인데 댓글 대부분은 20대 여자가 40대 후반 아저씨와 연애하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딸 같다면서 성추행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잖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비슷한 상황을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주인공이 자칫 못된 상사에게 끌려다닐까봐 공포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주인공 이루다는 20대 여자들의 바람을 담아 “필요도 없는데 오지랖을 떠는 꼰대들”을 나무라며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해” 남들에게 훈수를 두는 남자들에게 채찍을 휘두른다. “살기 위해 좀 바뀌시라고요!”

“반백살이라는 말이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오십이 다 된 남자가 바뀌려면 온 우주가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 만화는 마초 중년 남자의 갱생 프로젝트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진지한 적은 별로 없다. 못된 상사 때문에 독자가 짜증이 날라치면 패러디와 농담이 등장한다. 작가는 “힙한 개그를 놓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했다. 그동안 남자 만화가들이 주로 ‘병맛’ 개그를 구사했던 데 견줘 깜찍한 말장난과 이미지의 유희를 즐기는 <죽어도 좋아♡>는 귀엽고 날렵한 웃음을 끌어낸다. 여자 만화가들이 드물었던 개그 만화에 새로운 주자가 나타났다.

<죽어도 좋아♡>는 올해 초 중국 최대 드라마제작사 ‘화책’과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해 곧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박정서 다음웹툰 컴퍼니 대표는 “독특한 소재와 반전이 있는 스토리 전개로 연재를 마친 지금도 완결작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죽어도 좋아♡>에서 그린 작가의 캐릭터 컷.
<죽어도 좋아♡>에서 그린 작가의 캐릭터 컷.
골드키위새 작가는 2010년 웹툰 <완전한 인간>으로 다음 신인작가리그에 도전했고, 2011년 궁중 암투와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만화 <메지나>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13년 <우리집 새새끼>에 이어 <죽어도 좋아♡>를 연재하면서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게 됐다. 작가는 “만화는 원래 그리고 싶었던 1컷을 위해 1000컷을 그린다고들 하는데 1000컷을 그리다보면 처음 단 1컷을 생각하며 벅차올랐던 감정을 잊어버리곤 한다”고 했다. 4번째 만화를 완결했으니 다시 또 정말 그리고 싶은 단 1컷을 찾아 떠날 시간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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