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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쓸 줄 아는 그들 ‘연예인 작가'

등록 2016-11-06 17:13수정 2016-11-06 22:14

[100℃] 책으로 생각 표현하는 연예인들
진솔한 문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첫 산문집 <배우는 삶 배우의 삶>을 펴낸 배우 배종옥. 마음산책 제공
진솔한 문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첫 산문집 <배우는 삶 배우의 삶>을 펴낸 배우 배종옥. 마음산책 제공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펴낸 배우 박정민.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펴낸 배우 박정민.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무대 뒤 이야기를 책으로 낸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무대 뒤 이야기를 책으로 낸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엠시이자 개그맨인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 배우 배종옥의 <배우는 삶 배우의 삶>, 배우 박정민의 <쓸 만한 인간>, 배우 김소현의 <싱크 오브 미>. 10월에 나온 연예인 작가의 책만 4권이다. 그저 책을 냈다는 사실로 자족하는 게 아니다.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고 지난 9월 나온 가수 타블로의 <블로노트>는 발간 첫날에만 1300부 넘게 판매됐다. <쓸 만한 인간> <배우는 삶 배우의 삶> <싱크 오브 미> 등은 한결같이 기성 작가 못지않은 필력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요즘 연예인들은 말로, 노래로, 연기로 그리고 책으로 말한다.

시작은 2009년부터였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 최강희의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등이 그해 한꺼번에 나왔다. 완성도가 높거나(<보통의 존재>),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던 자신들의 모습을 솔직히 털어놓은 책(<세상에 너를 소리쳐!>)들이 많이 팔렸다. 이 점은 그 뒤 연예인이 책을 쓸 때 지표 노릇을 했다. 김성광 예스24 문학엠디는 “2010년 이전에 재테크 책(현영, 팽현숙 등)과 여행 책(배두나, 서인영, 배용준, 임상아 등)이 많이 나왔다면, 2010년대 초반엔 이훈, 전혜빈 등의 몸 만들기 책이, 지난해부터는 백종원, 이연복 등 음식방송 출연자들의 책이 늘어나는 경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타블로의 <블로노트>,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처럼 연예인 타이틀에서 벗어나 독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공감·힐링 에세이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김제동 <그럴 때…> 베스트셀러 된 데 이어
타블로·배종옥·박정민·김소현 등도 출간
2~3권씩 낸 필력 갖춘 연예인 작가 등장
자기 분야 성취 이룬 이들 입말이 글발로

김제동이 낸 3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무의마음 제공
김제동이 낸 3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무의마음 제공
“저는요, 사실 포경수술을 안 했습니다.” 김제동은 <그럴 때 있으시죠?>에서 “나만 이상한가 하고 고민할 때 포경수술을 한 사람들의 위로는 효과가 없고 안 한 사람들의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된다”고 적는다. 이 책은 남들 다 하는 포경수술도 안 한 소수자에게 소수자가 보내는 이야기다. 김제동은 2011년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2012년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등 인터뷰와 대담집으로 책 쓰기를 시작해 이젠 산문집을 내기에 이르렀다.

배종옥은 <배우는 삶 배우의 삶>에서 남들과 외모를 비교하느라 마음의 감옥에 갇힌 일이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책은 다수에게 가는 개인적인 매체라 독자들은 연예인의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들은 양 설레게 된다.

<배우는 삶 배우의 삶>을 낸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이전 연예인들은 구술하거나 대필작가가 대필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왔다. 그런데 이제는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글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보겠다는 연예인들이 아주 많아졌다”고 말했다.

가수 오지은은 음악가와 작가를 겸업할 것을 선언했다. 이봄 제공
가수 오지은은 음악가와 작가를 겸업할 것을 선언했다. 이봄 제공
연예인 작가의 ‘주류’는 가수들이다. 2009년 <보통의 존재>를 쓴 언니네이발관 가수 이석원은 소설 <실내인간>과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까지 3권을 썼다. 가수 타블로도 2권을 썼고, 루시드폴은 소설 <무국적 요리>와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냈다. 에세이 2권의 저자인 가수 오지은은 지난해 <익숙한 새벽 세시>를 내고선 “앞으론 정말 진지하게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정은숙 대표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시인들처럼 늘 머릿속에 덜그럭거리는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틀면 산문화할 수 있다. 최근 편집자들이 젊어지면서 그들을 에스엔에스에서 팔로잉하고 작가로 만드는 데 적극적”이라고 바라봤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연예인들이 예전엔 내가 내라는 대로 내라는 식이었는데 요즘엔 자신만 아는 이야기는 직접 쓰고 밀도를 높이는 편집의 도움을 받는 등 좀더 섬세해졌다. 최근 나온 반응이 좋은 연예인 책은 편집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래, 말,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던 사람들이 쓴 책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배종옥·김제동·김소현·이석원·타블로·오지은이 쓴 최근 출간서들. 남은주 기자
노래, 말,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던 사람들이 쓴 책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배종옥·김제동·김소현·이석원·타블로·오지은이 쓴 최근 출간서들. 남은주 기자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요즘 독자들은 전문 작가나 문인보다 자기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한다”며 연예인 작가의 등장을 문화권력 해체의 한 증거로 받아들인다. 입말을 그대로 옮겨 쓰는 구어체 책의 유행도 연예인 작가들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씨는 “언문일치적 글쓰기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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