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친 수험생들을 잡아라. <가려진 시간>, <신비한 동물사전> <카페6> 등 1020관객 취향의 대형영화 3편이 수능 전날인 16일 한꺼번에 개봉한다. 각 배급사 제공
11월 극장가 비수기에 성수기를 방불케 하는 편성 경쟁이 시작됐다. 시작은 강동원 주연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이 수능 하루 전날인 16일로 개봉일을 바꾸면서부터다.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이 영화가 자리를 옮기면서 16일은 <검은 사제들>에 이어 강동원 연속 홈런을 꿈꾸는 <가려진 시간>, 해리포터 팬들을 겨냥한 <신비한 동물사전>, 상반기 <나의 소녀시대>의 성공을 꿈꾸는 또다른 대만 영화 <카페6>까지 한국-헐리우드-다양성 영화 기대작이 동시에 개봉하는 11월 최대 격전일이 됐다. 수험생을 겨냥한 ‘수능 경쟁’이 치열해지자 16일 개봉이 예정됐던 차태현·김유정 주연의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는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10, 11월은 극장가 최대 비수기였다. 성수기엔 극장을 찾지못하는 중소형 영화들이나 새로운 장르물이 시도되는 시기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인터스텔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5년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처럼 11월 개봉영화들이 크게 흥행하면서 가을 비수기는 사라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올해는 10월부터 극장가가 뜨거웠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10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716만명, 매출액 14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23만명, 239억원이 늘었다. 여름에서 추석까지 이어진 한국영화 흥행 분위기를 타고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7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럭키>는 스타 캐스팅이 없어도 유해진 같은 숙련된 배우를 적절히 활용해 경쟁작 없는 시기에 개봉하면 성공한다는 ‘10월의 흥행법칙’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가을 시장에서 ‘11월의 흥행 법칙’은 무엇이 될까? 강동원의 소년 같은 매력을 활용한 <가려진 시간>이 성공한다면 ‘1020 관객들이 사랑하는 스타’가 첫번째 요인이 될 것이다. 대진운도 중요하다. 조정석·도경수·박신혜 주연 <형>(감독 권수경)은 11월말 개봉 예정이었지만 <가려진 시간>과 같은 층의 관객을 겨냥하고 24일로 개봉일을 앞당겼다. 16일 개봉 예정이던 유지태·이정현 주연 <스플릿>(감독 최국희)은 <가려진 시간>이 이날 개봉하자 10일로 한 주일 앞당겨 개봉했다. 예상치 못하게 한국영화 경쟁이 치열해진데다가 <신비한 동물사전>이 11월 중순에 자리를 잡으면서 톰 크루즈의 액션 영화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11월30일로 자리를 옮겼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얼마전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여왔는데 첫 주 흥행성적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다른 헐리우드 대형작인 <신비한 동물사전>과 개봉일을 최대한 멀리 하려는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공효진·엄지원 주연 <미씽: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도 30일 개봉한다. 11월 말쯤 개봉하려고 했던 김남길·천우희 주연 <어느날>은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11월 시장이 치열하다. 24일 개봉하는 <형>, 30일 개봉하는 <잭 리처:네버 고 백>과 <미씽:사라진 여자>는 12월까지 흥행을 노린다. 각 배급사 제공
12월엔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한 영화들이 수두룩해 영화사들의 눈치작전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 뉴의 155억 제작비 영화 <판도라>는 12월 첫째주쯤 개봉할 전망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는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주연 <마스터>를 12월 3~4째주 개봉하면서 겨울 성수기를 연다. 롯데시네마에서 배급하는 기욤 뮈소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는 아직 개봉일을 정하지 않고 있다. 12월29일엔 <스타워즈:로그원>이 한국을 찾는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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