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외로운 정류장에서 시작된 사랑
버스 정류장(K1 밤 11시30분)=버스 정류장. 그곳엔 모두가 홀로 선 이다. 외로움이 외면받는 버스 정류장, 그 외로움을 달게 받아들이는 정류장의 사람들 풍경은 지루할 만큼 일상적.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며 자폐적 삶을 살아가는 서른두 살의 학원 강사 재섭,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모범생이지만 원조교제와 임신중절의 상처를 홀로 안고 있는 열일곱 고등학생 소희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그들이 학원에서 만나고, 버스 정류장에서 사랑을 시작한다. 영화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어른과 거리를 두려는 어른인 재섭, 어른만큼이나 생채기가 두터운 아이 소희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지점들도 좀처럼 장황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애당초 외로움은 세밀화 그리던 필법으론 묘사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일 듯한 음악을 입혀 정서를 매끄럽게 전하는 ‘루시드 폴’ 조윤석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 성공한 프로듀서(〈조용한 가족〉, 〈반칙왕〉) 출신의 첫 여성감독 이미연의 데뷔작. 200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이재찬이 시나리오를 썼다. 15살 이상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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