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첵
기억 지워지고 정보기관에 쫓겨
페이첵(S 밤 11시55분)=감독 우위썬(오우삼)과 작가 필립 K. 딕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 만하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딕의 소설은 유명 감독들의 손에 의해 화제작으로 만들어져왔다. 그 명성들과 달리, 기실 〈페이첵〉에 준 평론가들의 점수는 높지 않다. 그래도 추던 가락이 있는 법. 주말 팝콘 무비로는 딱이다. 첨단 기업의 천재 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밴 애플렉), 그가 참여한 기업의 핵심 사업이 끝날 때마다 기업 보안을 이유로 기꺼이 기억을 삭제당한다. 물론 고액의 대가(페이첵)를 받는다. 이번엔 9천만 달러의 주식을 받기로 한 첨단 기업의 3년 프로젝트. 그런데 그 고생 하고서, 정작 돌아온 건 자신의 서명과 19개의 잡동사니. 어마어마한 돈을 스스로 포기한 이 어처구니없는 곡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다 정보기관이 그를 쫓기까지 하니 급기야 우리의 주인공, 19개의 단서를 갖고 수수께끼를 직접 풀어보기로 나선다.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추격 장면, 지워진 기억 안에 얽혀 있는 음모 따위에 두 거장의 특장이 담겨 있다고들 하지만, 이전의 작품만큼 압도적이진 못하다. 15살 이상 시청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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