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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라라랜드’에 고전의 향기 물씬

등록 2016-12-05 14:22수정 2016-12-05 14:38

고전적 뮤지컬 음악과 현대적 댄스를 결합한 <라라랜드>오프닝 장면. 판씨네마 제공
고전적 뮤지컬 음악과 현대적 댄스를 결합한 <라라랜드>오프닝 장면. 판씨네마 제공

“헐리우드 황금시대에 보내는 연애편지”, “미국 뮤지컬 황금시대에 대한 오마쥬”…. 지난 8월31일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73회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 나온 해외 비평가들의 표현처럼 이 영화엔 영화팬들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영화들이 가득하다. 지금은 인기없는 장르인 뮤지컬 영화와 잊혀진 고전 영화에 새로운 박자를 부여한 <라라랜드>가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 돌아온 ‘뮤지컬 스텝’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음악이 시작된다. 운전자들은 일제히 차 밖으로 뛰쳐나와 함께 군무를 추며 일상의 장면을 재미있고 수다스러운 풍경으로 바꾼다. 잠시 뒤 음악이 멎으면 사라질 짧은 순간이지만, 일상이 노래하고 춤추며 새로운 박자로 내게 말을 건다는, 뮤지컬 영화만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순간이다. <파리의 아메리카인>(1951)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1965) <페임>(1980)에 이르기까지 한때 헐리우드가 만들어내는 꿈은 반드시 음악을 타고 흘렀지만, 지금 더이상 영화 주인공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상황 전개, 대사 대신 음악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다수 관객들이 공감하지 않으면서 뮤지컬 영화는 쇠락한 장르가 됐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시작부터 1950년대 뮤지컬 언어들을 화려하게 편곡한 듯한 춤과 노래로 관객들을 홀리며 오프닝곡 ‘트래픽’의 분주한 리듬과 춤추는 이들의 알록달록한 색감은 뮤지컬 영화가 헐리우드를 지배했던 시절로 데려간다. <라라랜드>는 주인공의 꿈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고전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낸 영화가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입증하는 영화다.

■ ‘사랑은 비를 타고’~‘로슈포르…’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는 처음 고속도로에서 만나 서로에게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지나친다. 두번째도 하필 세바스찬이 일하는 술집에서 해고되던 날 둘은 다시 만난다. 여주인공이 까칠한 성격의 남자 속에 숨겨진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다는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꿈은 별처럼 드높고 반짝이지만 현실적으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러나 <위플래시>를 만들었던 다미엔 차젤레 감독과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은 단순한 줄거리에 뮤지컬의 고전 음악과 클래식, 재즈, 사이버 음악 등 현란한 소리의 향연을 입힌다. 뮤지컬이란 장르부터가 원래 스펙터클과 소소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서사이며, 다양한 장르의 사교장이다.

뮤지컬에서 사랑에 빠지는 커플을 알아보는 법은 정해져 있다. 바로 스텝이 맞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남녀는 이세상에서 오직 그하고만 부를 수 있는 멜로디, 그와만 맞는 스텝을 찾아간다. 3번째 만난 세바스찬과 미아가 언덕을 올라가며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스텝을 밟고, 서로의 스텝에 조금씩 맞추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의 고전인 <사랑은 비를 타고>(1954) <밴드 웨곤>(1953)과 닮은 꼴이다. 그러나 오프닝 군무가 헐리우드 고전뮤지컬과 닮았으면서도 좀더 현대화된 힘찬 리듬을 탔듯, 이 장면에서도 음악은 친숙하지만 가사와 멜로디는 좀더 경쾌하다. 미아가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며 파티에 가는 장면에선 <스윙 타임>(1936), 미아가 혼자 거리를 걸을 때는 <쉘부르의 우산>(1964), 세바스찬과 미아가 손을 잡고 노래할 땐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밤하늘로 떠올라 노래한다는 상상이야말로 뮤지컬이 만들어낸 꿈이다.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라라랜드> 판씨네마 제공
■ ‘이유없는 반항’~‘카사블랑카’ <라라랜드>는 음악뿐 아니라 공간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이유없는 반항>이 상영되고 있는 오래된 극장에서 첫번째 데이트를 한다. 영화 <카사블랑카>를 촬영했던 셋트장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하며 배우가 되기 위해 매일같이 오디션을 보는 미아가 어두운 극장에서 세바스찬을 찾는 장면은 <카사블랑카>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험프리 보가트를 찾던 그 장면과 비슷하다. 새로움을 강조하는 현대 영화들 사이에서 고전영화 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장면들을 심은 이유는 이 영화가 오래된 꿈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는 죽었어! 아무도 안보는 재즈를 어떻게 지켜?” 뛰어난 재즈 피아니스트일 뿐 아니라 재즈 클럽을 열어서 재즈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 세바스찬에게 퓨젼 재즈로 대중성을 얻은 키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세바스찬은 생계조차 보장 안되는 정통 재즈의 길을 단념하려 한다. 그때쯤 응답없는 오디션에 지친 미아도 배우를 그만둬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들은 서로의 꿈을 사랑했던 걸까? 사랑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던 고전 로맨스를 뒤집는 것처럼 <라라랜드>에선 꿈이 멎자 사랑은 더 큰 위기에 처한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뮤지컬 영화를 통해 꿈과 현실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세계적인 아르앤비 뮤지션인 존 레전드가 키이스 역을 맡아 재즈에 대해 세바스찬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 <위플래시>의 폭군 선생 시몬스가 “프리 스타일 재즈는 싫다”며 세바스찬을 해고하는 장면 등 팬들만이 알 수 있는 장면도 많다. 엠마 스톤은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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