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우주에서 지상으로 이야기도 액션도 한 발짝 더 내려왔다. 28일 국내 개봉하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로그 원>)가 일깨우는 느낌이다. 21일 언론 시사를 통해 먼저 베일을 벗었다.
<로그 원>은 ‘스타워즈’ 시리즈 첫 스핀 오프다. 어둠의 제국과 반란군의 대립이라는 시리즈의 전반적인 세계관과 구도는 일관되지만, 주인공과 이야기의 분위기, 액션 스타일은 크게 달라졌다.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기존 시리즈는 1977년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으로 첫선을 보인 뒤 2015년 리부트의 시작인 <깨어난 포스>까지 7편이 나왔다. 모두 스카이워커 가계를 중심으로 한 제다이 기사들의 이야기가 뼈대다. 우주의 힘의 장을 뜻하는 포스를 체현한 제다이들이 악의 세력에 맞서는 경과를 담았다. 이번 <로그 원>에는 제다이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포스와는 거리가 먼 보통의 전사들이 등장한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인공 진(펄리시티 존스)은 어렸을 때 제국군에 끌려간 아버지 겔런(마스 미켈센)과 헤어진 뒤 부랑아로 자랐다. 과학자인 겔런은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제국의 최대 살상무기인 ‘데스 스타’ 개발을 강요받는다. 그는 데스 스타의 치명적인 약점을 담은 메시지를 반란군에 보내오고, 반란군의 유능한 정보요원 카시안 대위는 진과 함께 조사에 나선다. 진과 카시안은 이 과정에서 맹인이지만 무술에 능통한 치루트(견자단)와 전투 베테랑인 베이즈(강문)의 도움을 받는다. 치루트는 늘 “포스가 함께한다”는 주문을 외지만, 제다이의 포스를 갖고 있진 않다. 이들 모두 인간의 의지로 악의 세력에 맞선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강력한 포스를 담지한 천부적 영웅들이 우주의 운명을 놓고 선악 대결을 펼친다는 스타워즈 시리즈 특유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 <로그 원>은 신념을 지닌 보통의 사람들이 성취를 이뤄내기까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소수의 타고난 영웅을 넘어 훨씬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에 처음 제대로 눈길을 보낸다는 점에서 스타워즈 세계관의 확장이자 심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평범한 영웅들’의 희생을 장엄하게 담은 끝부분은 감동을 안긴다. 과장하자면, 스타워즈 세계관의 촛불판 확장본이라 부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역 캐릭터의 변화는 액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제다이가 없으니 광선검 ‘대결’도 없다. 광선검은 어둠의 세력에 속한 인물이 반군 요원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장면에서 한 번 등장할 뿐이다. 대신 총기를 사용한 강렬한 지상 전투 액션이 스크린을 휘감는다. <고질라>를 연출했던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핸드헬드 기법을 도입해 지상 전투 액션 신을 찍었다고 한다. 실제로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존 시리즈 팬들의 추억과 공감을 일깨우는 장면 또한 심심치 않게 배치됐다. 이야기 자체가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첫 장면 자막에서 비롯됐다. “반란군 스파이들이 제국의 절대적 무기인 ‘죽음의 별’의 비밀 설계도를 훔쳤다. 레아 공주는 은하계의 자유를 찾아줄 수 있는 설계도를 가지고 고향으로 향한다”는 대목이다. <에피소드 4>에서 데스 스타는 결국 파괴된다. <에피소드 4>와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는 주요 캐릭터들이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긴다. 네발로 걷는 거대 전투 로봇 등 에피소드 4~6에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던 볼거리들도 발달한 컴퓨터그래픽의 힘으로 한층 실감나게 구현된다. 기존 시리즈를 잘 모르는 새로운 관객층과 기존 팬덤을 모두 잡겠다는 <로그 원>의 영리한 전략은 일단 미국에선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북미 개봉 이래 4일 만에 1억7267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흥행 가도를 걷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