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배급사 예정작으로 본 ‘3대 키워드'
시계를 7개월 뒤로 돌려 2017년 여름을 예상해보자. 극장에선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투자·배급 씨제이엔터테인먼트),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롯데엔터테인먼트),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쇼박스)가 1~2주 간격으로 상영에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가 11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5편, 뉴가 9편, 쇼박스가 6편의 올해 한국영화 개봉 예정작을 발표했다. 중소 제작사의 기대작까지 포함하면 올해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올 한해 개봉 예정작들의 눈에 띄는 세가지 흐름을 정리했다.
■ ‘공룡 영화’들이 온다 2017년은 한국영화 제작비의 단위를 다시 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570억원을 투자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물론이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하는 <신과 함께>도 300억원 규모로 촬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1, 2편을 함께 촬영하면서 제작비 맨 앞자릿수를 바꿨다.
200억원대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군함도라 불리는 일본 하시마에 강제징용당한 400여명의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등이 출연한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죽음 뒤 저승 세계에서 받게 되는 7번의 재판과 인간을 돕기 위해 그 과정에 동반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도경수, 마동석, 이정재 등이 출연한다. 거대한 동물 옥자가 갑자기 사라지고, 옥자의 하나뿐인 가족 미자가 그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옥자>에는 제이크 질런홀, 틸다 스윈턴, 폴 데이노, 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에 한국 배우 안서현, 최우식, 변희봉, 윤제문 등이 합류했다.
천만 감독으로는 봉준호(<괴물>), 류승완(<베테랑>) 감독 외에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도 돌아온다. 올해 초 촬영에 들어가게 될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북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자 남북 안보요원이 한국전쟁을 막기 위한 비밀작전을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순제작비 125억원을 들여 만들고 뉴에서 배급한다. 추창민 감독의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범죄의 도시 2016년 한국영화의 주요 흐름이 ‘재난물’이었다면 2017년의 절대다수는 범죄물이다. 4대 대형배급사가 발표한 개봉 예정작 31편 중 20편이 범죄를 소재로 한 스릴러 혹은 액션, 드라마 등의 영화다.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은 게임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담 <조작된 도시>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오고, 한강에서 머리가 잘린 여자의 시체가 떠오르면서 사건이 시작되는 <해빙>은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의 복귀작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과 자신의 약혼자가 살해되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된다는 정지우 감독의 <침묵> 등도 기대작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엔 설경구, 김남길, 설현 등이, <침묵>에는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등이 출연한다.
<청년경찰>에선 박서준과 강하늘이 두 경찰대생으로 나와 납치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임시완과 진구가 나오는 <원라인>은 사기 대출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범죄 오락 영화다.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치의 해, 영화 속 범죄의 시작도 주로 정치다.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싶은 태수(조인성)가 권력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이 되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특별시민>은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의 이야기로 본격 정치활극을 표방한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와 함께 박훈정 감독 <브이아이피>, 김성훈 감독 <공조> 등 남북관계의 긴장은 스릴러물의 배경으로 활용된다. 영화가 다루는 날카로운 이야기가 현실과도 어떤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북한의 ‘브이아이피’가 남한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영화 <브이아이피>는 현실 속 어떤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고지전> 장훈 감독의 복귀작 <택시운전사>는 우리가 지나온 현실에 대한 영화다. 택시운전사와 독일에서 온 기자 두명의 시선을 따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따라가는 영화다. 장준환 감독의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슬프고 뜨거웠던 그해의 이야기를 담는다. 20~30년 전의 이야기지만 2017년이 어떤 해가 될 것인지에 따라 이들 영화의 온도는 달라질 것이다. 영화는 현실에서 부화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군함도> 촬영 현장과 류승완 감독.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년을 기다리는 영화들. <옥자> 촬영 현장과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코리아 제공
<택시운전사> 촬영 현장과 장훈 감독.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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