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티엔 노조원들이 촬영하고 <교육방송>(EBS) 피디 출신 김진혁 감독이 연출한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언론인에 의한 언론의 이야기다. 인디플러그 제공
지난해 10월 최승호 전 문화방송 교양국 피디가 만든 다큐멘터리 <자백>은 시사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관객 10만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오는 12일엔 교육방송 출신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개봉한다. 문화방송 교양국 피디 출신인 김재환 감독은 올해 안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을 분석한 <미스 프레지던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송에서 정치시사 다큐멘터리가 사라진 시대, 극장에 방송 출신 연출자들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붐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주연은 와이티엔(YTN)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다가 해직된 노종면 전 와이티엔 앵커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회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문화방송 권성민 피디까지 모두 20명이다. <자백>의 최승호 감독도 <7년…>에선 출연자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집요하게 이어진 언론 길들이기의 결과로 방송사를 나와야 했던 이들은 극장가에서 정치 다큐멘터리의 불쏘시개가 됐다.
해고자만 주연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방송 보도제작국장 출신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뉴스총괄부장이었던 배석규 전 와이티엔 사장은 사장실에 몰려간 후배들을 법정에 세웠다. <7년…>은 정권의 말을 따르기로 한 언론인들이 후배들에게 거리낌없이 칼을 휘두르는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크고 작은 싸움에서 와이티엔·문화방송 노조가 카메라를 놓지 않고 고스란히 기록한 덕분이기도 하고, 언론인 출신 감독의 매서운 편집 덕분이기도 하다.
<7년…> 배급을 맡은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는 “<자백>은 <피디수첩>으로 오랫동안 탐사보도를 해온 최승호 피디 연출에다 이미 3편의 독립다큐를 개봉한 김재환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경험의 최고치가 한데 모였다. <7년…>은 노조원들이 직접 카메라를 잡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방송국 내부 사정을 담았기 때문에 생동감 넘치는 다큐멘터리가 됐다”고 방송에서 건너온 두 다큐멘터리가 지닌 장점을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티브이와 극장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은 2010년쯤으로 꼽힌다. 정민아 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은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방송용으로 제작됐던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도 크게 흥행하면서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대고 극장에서 본편을 상영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또한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 탐사보도 본령을 지키지 못하면서 되레 방송과 영화의 인적 교류가 가능해졌다”고 2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사가 제작비를 대고 좋은 평가를 받은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외국의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이 우리에겐 정치적·상업적 이유로 가능해진 셈이다.
방송사 피디 경험을 살려 맛집 방송의 비밀을 파헤친 <트루맛쇼>는 방송저널리즘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더피플 제공
<트루맛쇼> <엠비의 추억> <쿼바디스>에 이어 4번째 연출작을 내놓는 김재환 감독은 “독립다큐멘터리에선 방송과 다른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고 했다. 고영재 대표는 “독립 다큐멘터리 취재력과 인적 기반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방송사가 외주제작 방식을 고수할 게 아니라 인디다큐페스티벌이나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좋은 작품을 구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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