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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진짜 ‘야행성 동물’은 누구인가

등록 2017-01-15 15:07수정 2017-01-15 20:22

11일 개봉한 톰 포드 감독 <녹터널 애니멀스>
미로 같은 구조로 강렬한 복수의 서사 전달
수잔이 전남편이 쓴 소설을 받는 데서 시작하는 <녹터널 애니멀스>는 복수를 주제로 허구와 실재의 두 가지 이야기 가닥을 펼친다.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제공
수잔이 전남편이 쓴 소설을 받는 데서 시작하는 <녹터널 애니멀스>는 복수를 주제로 허구와 실재의 두 가지 이야기 가닥을 펼친다.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제공
성공한 미술관장 수잔(에이미 애덤스)은 어느날 갑자기 전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런홀)가 쓴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받는다. 19년 전 수잔은 에드워드가 너무 나약하고 소설가로서 성공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그를 버렸다. 수잔과 에드워드의 이야기와 그가 쓴 소설 속 이야기가 미로처럼 얽혀 전개되는 톰 포드 감독의 <녹터널 애니멀스>가 11일 국내 개봉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이 영화는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래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세련된 영상 곳곳에 뿌려진 수수께끼들이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 관람이 끝난 뒤에도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이 기사는 결말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 톰 포드가 디자인한 미국의 이미지 붉은색 커튼이 열리면 벌거벗은 여자들이 체지방을 출렁이며 춤춘다. 구치와 이브 생 로랑의 혁신을 이끈 디자이너 톰 포드. 감독 데뷔작이었던 <싱글맨>(2009)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선 시작부터 압도적인 이미지를 펼친다.

5분 가까이 펼쳐지는 이들의 춤은 무슨 뜻일까? 감독은 미국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유럽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미국의 모습, 곧 과장되고, 뚱뚱하고, 나이든 육체 덩어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연기한 비만 여성들에 대한 비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그는 “오프닝 신의 배우들은 실존 배우들이며, 이 장면을 찍으면서 전혀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화 주제인 ‘관성적 사고방식을 놓아버리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는 것이 감독의 주장이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는 다시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풀어가는 액자식 구성으로 증오와 고통,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는 다시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풀어가는 액자식 구성으로 증오와 고통,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제공

■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인 구성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는 전남편이 수잔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소설 제목도 ‘녹터널 애니멀스’다. 수잔은 토니라는 사람이 부인과 딸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괴한들을 만나 가족을 빼앗긴다는 내용의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마음 약한 소설 주인공 토니는 전남편 에드워드의 분신인 듯 보인다. 소설은 마음대로 아이를 낙태한 뒤 그를 떠난 수잔을 잔인한 살인자에 비유하고, 소설 속 토니의 총구는 소설을 읽는 수잔을 겨누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해석이 가능한 대목도 많다. 가령 소설에서 토니의 부인과 딸이 발견된 빨간 소파는 수잔이 에드워드 소설에 대해 함부로 충고할 때 앉아 있던 소파와 같은 모양으로, 수잔이 곧 가해자면서 피해자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에선 오스틴 라이트의 원작소설 <토니와 수잔>을 근거로, 영화가 남편의 일방적인 복수를 그렸다기보다는 중산층의 삶을 살다가 야행성 동물을 맞닥뜨리는 토니와 수잔의 운명을 한 묶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총구는 누구를 겨눈 것일까? 영화엔 여러 번 ‘복수’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 속 가해자와 피해자, 과거와 현재,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누가 누구에게 복수한 것인지는 모호해진다. 영화에서 가족을 잃은 토니가 욕조에 잠길 때 소설을 읽던 수잔도 목욕물 속으로 들어간다. 전남편을 떠난 수잔이 그 이후 성공가도를 걸어온 삶의 공허함에 몸부림치며 소설을 계기로 토니의 고통에 교감하게 된 것 자체가 복수의 완성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톰 포드 감독은 “수잔은 전남편과 함께 지냈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말함으로써, “수잔의 일상을 흔들어놓은 것 자체가 복수”라는 해석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감독은 “핵심 주제는 복수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해, 영화 속 복수의 의미를 두고 또 한겹 해석의 미스터리를 드리우기도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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