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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직배사 대표로 간 영화계 ‘블랙리스트 1순위’ “<변호인> 이후 내 이름 숨겨야…”

등록 2017-01-18 13:58수정 2017-01-19 15:42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
“‘변호인’ 흥행하고도 투자자 원망 들어”
이후 ‘밀정’ ‘조선마술사’ 모태펀드서 배제
워너로 옮긴 뒤에야 제작현장 서
“이번 일로 창작의 자유 생겼으면”

올해 소형영화 등 4편 발표 예정
“할리우드-한국 시스템 접목할 것”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최재원 대표 사진 <씨네21> 최성열 기자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최재원 대표 사진 <씨네21> 최성열 기자

할리우드 직배사가 한국영화 창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20세기폭스코리아가 <곡성>,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프로덕션(워너)이 <밀정>을 제작해 흥행 질주를 벌인 바 있다. 특히 워너는 올해도 4편의 영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계 큰손으로 떠오른 워너 최재원(51) 대표를 만나 올해 계획을 들었다. 국내 투자·제작사 대표를 두루 거치며 할리우드 직배 영화와 맞대결을 펼쳤던 그가 <변호인> 제작을 끝으로 직배사 대표로 가기까지 사연도 청해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12일 서울 강남 워너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작년 제작비 140억원 <밀정>을 했고, 올해는 25억 정도의 <싱글라이더>로 시작한다. 블록버스터와 소형 영화, 앞으로 워너가 뛰어들 스펙트럼의 넓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워너는 이주영 감독의 <싱글라이더>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소형 영화를 1편 더 내놓고 60억원대 예산으로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와 이정범 감독의 <악질 경찰>을 상영할 예정이다. 2018년 여름 시장에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내놓으며 한국의 블록버스터 경쟁에 다시 뛰어들기 전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면서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을 직배사에 맞춰 조율하려는 의미가 있다.

최 대표는 “자금 흐름이나 제작을 관리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방식을 한국 시스템과 접목하는 게 과제다. 미국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감독이 얼마나 재량권을 갖는지다. 완벽한 기획을 중시하는 할리우드와 한국의 긴장감 넘치는 현장을 조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워너가 한국에서 번 돈을 ‘먹튀’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런 상황을 막고 한국영화 제작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갖게 하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최재원 대표는 투자제작사 아이픽쳐스와 바른손필름, 투자배급사 뉴의 공동대표를 지냈고, 제작사 위더스필름을 통해 <변호인>을 만들었다. ‘하늘이 낸다’는 천만 영화를 만들고도, 바로 그 때문에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동안 영화 제작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뺀 채로 <조선마술사>를 개봉했고, 올해 3월 개봉할 이수연 감독 <해빙>을 제작했다는 사실 또한 비밀에 부쳐왔다.

그는 “<변호인>은 휴먼드라마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소문이 나서 모태펀드나 개인 투자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영화가 흥행하고 나서 오히려 ‘당신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원망을 많이 들었다. 투자한 사람들이 고초를 많이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돌이켰다. 이후 <조선마술사>부터 <밀정>까지 그가 관련된 영화들은 모두 정부가 관리하는 모태펀드 투자에서 배제됐다. 2015년 워너 대표를 맡고서야 다시 제작 현장에 설 수 있었지만, 여전히 정부의 은밀한 배제는 지속됐던 것이다.

워너 본사 쪽에선 그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얼마 전 한 본사 임원이 한국에 블랙리스트가 있다던데 너도 혹시 거기 들어가 있지 않으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블랙리스트는 1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거기 이름 없으면 바보라고 했죠. 하하.”

그는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공식화된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엔 정권의 정서와 안 맞는 영화나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상한 상식이 있었다. 우리 디엔에이엔 권력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이나 공포감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사람들>이나 <26년>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자들은 큰 불이익을 무릅써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창작의 자유에 대한 합의가 생겼으면 좋겠다.” 지난 3년 영화계 ‘블랙리스트 1순위’였던 최 대표의 희망사항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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