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표 SF ‘컨택트' 2일 개봉
언어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전파하는 SF영화 <컨택트>. 유니버설픽처스 코리아 제공
SF 영화의 기존 공식과 예측 깨고
여성성과 인생에 대한 질문 담아내 갖가지 인공지능과 우주여행이 이미 식상해진 우리의 메마른 별에 새로운 우주선이 도착했다. 낯선 존재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해 뫼비우스의 띠 같은 우주의 시공간을 달리다가 여성성과 인생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는 영화 <컨택트>다. 2월2일 개봉한다. 어느날 지구에 12개의 비행물체가 내려온다. 그동안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한 수만가지 상상 중에서도 외계인들이 우리를 찾아와 그저 침묵하며 지켜본다는 발상은 드물었다. 땅에서 사다리를 올리면 닿을 만한 가까운 곳에 떠 있는 12기의 비행체를 향해 어떤 사람들은 싸울 채비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며, 대부분은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언어학자인 루이즈(에이미 애덤스)는 물리학자 이언(제러미 레너) 등 과학자들과 팀을 이뤄 외계인들을 접촉하고 그들과 소통하려고 시도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선제 공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커진다. 누군가가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스릴러의 가장 주요한 요건이다. 다른 우주 영화들처럼 첨단 장비를 갖춘 우주선도 없고 외계인은 흐릿하고 부분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뿐이지만 <컨택트>는 끝까지 높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컨택트>란 제목은 1997년 개봉한 조디 포스터 주연 영화 <콘택트>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컨택트>는 한국판 제목일 뿐으로 미국에선 <어라이벌>(도착)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영상 표현의 측면에서는 <콘택트>보다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나 외계 생명체가 처음 빛에서 윤곽을 드러내는 순간 등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1977)의 영향이 더 커 보인다. 지구인들이 불빛을 비춰가며 우주선에 접근하는 모습부터 목적과 원인을 묻는 철학적 태도까지, 스탠리 큐브릭 감독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음악을 타고 생명체의 역동을 거쳐 깊은 침묵이 흐르는 우주로 나아갔다면 <컨택트>는 침묵을 메인 음악으로 삼고 여기에 기계음과 자연의 소리를 조합한 듯한 외계인들의 말소리를 심어 긴장을 더한다. 그러나 <컨택트>의 주제는 그 어떤 앞선 에스에프(SF) 영화와도 꼭 닮지 않았다. 이 강렬한 주제를 쏘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전작에서 늘 출구 없는 미로를 달리는 인물들을 그려왔다. 자신을 고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그을린 사랑>의 나왈, 무슨 짓을 해서든 딸을 찾으려는 <프리즈너스>의 아버지, <시카리오>에서 부패 카르텔의 뿌리를 자르고자 하는 에프비아이(FBI) 요원 케이트 등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지만 결국 자신이 쏜 총탄에 자신이 맞고 마는 신화의 비극적 주인공들과도 같은 인물들이었다. <컨택트>의 주인공 루이즈는 아예 입구에서부터 이 운명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꺼이 미로로 들어선다.
<컨택트>. 유니버설픽처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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