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영국 런던과 한국을 연결한 화상 인터뷰에 출연한 배우 데인 더한(왼쪽)과 고어 버빈스키 감독.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런 장르(공포물,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 좋은 것은 영화가 끝나고 커튼이 닫혀도 여운이 남는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생각하게 될 만한 꺼림칙한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말에 배우 데인 더한도 “이 영화는 눈을 많이 가리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될 텐데 정말로 큐어(치료)가 필요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16일 개봉하는 <더 큐어>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유명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심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영화다.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 얼굴을 알렸던 데인 더한이 미스터리의 한복판에 빠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1일 감독과 배우는 영국 런던에서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새 영화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더 큐어>는 미국 월가 한 증권사의 유망한 간부 록하트(데인 더한)가 임원회의에서 자신의 회사 대표를 복귀시키라는 임무를 받고 스위스의 한 요양소로 떠난다는 이야기다. 버빈스키 감독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병이 깊어진다는 느낌이 들도록 스토리를 짰다. 주인공은 점점 소리를 크게 지르고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병증을 보인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프레임 자체가 병적으로 느껴지도록 했고 음악은 전염병을 퍼뜨리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역할”이라며 이 영화의 모든 요소는 그야말로 ‘질병’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포물인 <링>부터 애니메이션 <랭고>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감독은 <더 큐어>로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장르를 하나 더 더하게 됐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선 모험의 가상 공간을 그리며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를 보였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병적인 감각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독특한 비주얼을 선보였다. 감독은 “영화의 중심 무대인 스위스의 치료병원 ‘웰니스센터’도 (이전 영화처럼) 뭔가 경계를 벗어난 꿈의 영역 같은 곳으로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며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음으로써 (우리가 자본의 노예로 사는 일상에 대해) 사면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사회, 건강하다는 개념을 얻기 위해 병을 창조해내는 사회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뭐든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데 이것이 나중엔 정말 병에 걸린 것 같은 기분으로 발전한다. 아프다고 느끼고 나아지길 기원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이 밝힌 영화의 주제다.
병원에서 헤매게 되는 역할을 맡은 데인 더한은 “촬영 기간은 짧았지만 쉬운 날이 없었다. 매 장면이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고 농담을 건네며 “물탱크 속에 들어가 치료를 받는 장면을 찍는 데는 2주가 넘게 걸렸고 물속에서 케이블을 달고 똑바로 누워 있는 장면을 찍을 땐 힘들고도 무서웠다”고 촬영 때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나는 한국 영화의 대단한 팬”이라는 버빈스키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한국용 예고편을 따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인 더한도 “오늘(1일) 아침에 내 인스타그램을 봤더니 한국 관객들이 내가 화상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을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는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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