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 개봉하는 <트리플 엑스 리턴즈> 롯데시네마엔터테인먼트 제공
키아누 리브스도 2월22일 개봉하는 액션물 <존 윅: 리로드>로 돌아온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쿨하게 세계를 구해야지.” 8일 개봉하는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서 15년 만에 이 시리즈로 돌아온 배우 빈 디젤은 이런 이유로 흩어졌던 팀원들을 불러모은다. 굳이 ‘쿨함’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복고다. 근육질 마초 남자 주인공이 번지점프, 스노보드, 자동차를 바꿔 타며 2000년 초반 유행했던 익스트림 스포츠를 구사하는 이 액션물은 추억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요즘 히어로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영화만 봐도 할리우드에는 오래된 영웅들과 새 출발을 다짐하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대표 주자는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 이어 4월 개봉하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도 주연을 맡은 빈 디젤이다. 빈 디젤은 심지어 5월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2>에선 외계 생명체 그루트의 목소리 역할을 맡고 있어 올해 대형 액션물 최고 단골 출연자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옛날엔 대장 좋았는데” 같은 대사를 쉬지 않고 반복하며 낡아 보이더라도 애국주의와 폼나는 임무, 여자들을 통해서 ‘옛날의 좋았던 액션’을 그린다.
<매트릭스>로 2000년대식 액션의 아이콘이 됐던 키아누 리브스도 2월22일 개봉하는 <존 윅: 리로드>로 돌아온다. <존 윅: 리로드> 예고편은 1편인 <존 윅>(2014)처럼 정직하고 직설적인 액션을 예고하고 있다. <존 윅>은 카메라 트릭이나 편집을 지양하고 키아누 리브스가 실제 액션을 구사하며 펼쳐 보인 롱테이크 액션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리브스가 52살 나이로 다시 액션 스텝을 밟게 된 것은 그만큼 지금 할리우드에서도 맨몸 액션을 자기 것으로 만든 스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리플 엑스>(2002)나 <분노의 질주>(2001)가 처음 제작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는 아직 초능력자들의 액션이 시작되지 않으면서 배우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맨몸 액션이나 스피드를 내는 것을 보며 열광하던 시기였다. 할리우드는 이 시대의 시리즈를 리메이크함으로써 맨몸으로 자신만의 액션을 만들었던 그때의 스타들을 다시 호출하고 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제공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로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17년 동안 엑스맨의 세계를 지켜왔던 휴 잭맨은 3월 <로건>으로 돌아온다. 2000년 <엑스맨>을 시작으로 슈퍼히어로들의 전쟁에 뛰어들었던 그는 불로불사의 캐릭터 울버린을 맡아 <로건>까지 9편의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했다. 그러나 지난 1월17일 열린 2017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하이라이트 상영회에서 공개된 <로건>은 치유능력을 잃어가는 울버린이 완전히 노인이 된 자비에 교수와 함께 등장해 새로운 초능력 소녀 로라와 만나는 모습을 담았다. 시리즈는 영원하기를 꿈꾸지만 주역은 언젠가는 새로운 슈퍼히어로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영화가 대세가 되면서 새 액션 스타도 추억을 등에 업고 등장한다. 6월 개봉 예정인 <원더우먼>은 1970년대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던 디시코믹스의 원작을 여성 감독 패티 젱킨스가 갈 가도트 주연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분노의 질주> 조연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배트맨 대 슈퍼맨>에 원더우먼으로 출연해 주연들보다 눈에 띄는 액션을 펼친 갈 가도트는 디시코믹스의 혁신과 여성 슈퍼히어로 액션을 성공시켜야 할 임무를 맡게 되었다. 마초 남자로 시작한 올해 할리우드 액션 스타들의 귀환이 새로운 여성 액션 캐릭터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