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콜라
우리나라 무대 공연물의 관람료는 좀 비싼 편이다. 원가 탓도 있지만 가격이 책정되기까지 적잖이 치밀한 심리공학적 계산이 작동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 연극 등 청소년을 상대로 한 공연물이 그렇다.
기획 쪽의 일리 있는 설명은 이렇다. “공연가가 너무 낮으면 외려 외면을 해요. 가격이 가치를 말해준다고 보는 사회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한테 (어떤 작품이 아니라) 얼마짜리 작품을 보여줬다’는 어머니들의 자존심, 허위 의식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액면가는 높이는 대신, 할인 요소들을 많이 두죠.”
이런 셈법으로 최근 수도권 대극장의 한 어린이 뮤지컬의 액면가도 결국 3만원(최고)으로 결정됐다. 물론 웬만한 사람들, 여러 할인 혜택으로 반값 남짓에 관람을 했다는 건 공연을 본 아이들만 빼곤 다 아는 사실.
문화적 허영심의 알짬이 아닐까. 영화에도 그 허영이란 게 있다. ‘역대 최고’라는 수식을 정점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더는 수식이 필요없는 국제영화제의 고유 명사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큰 고유성은 관객의, 관객을 위한 영화제라는 점이다. 토론토 영화제(캐나다)나 견줄까, 이만큼 관객이 동원되는 영화제는 드물다. 올해는 9일 동안 물경 19만3천여명이 73개국 307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그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많았던 영화들이 바로 유럽 영화다. 뒤따른 ‘제6회 유럽영화제’(10월26일~30일)에선 객석점유율이 93%에 이르기까지 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5×2>(프랑스),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독일 등), 다르덴 형제가 만든 <더 차일드>(벨기에 등) 등은 두 영화제를 합해 총 5~6회 상영 되는 동안 완전 매진이었다.
그런데 지난 사례들을 봤을 때, 막상 개봉하면 성적표는 좋지 않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렸던 빔 벤더스 감독의 <랜드 오브 플렌티>(독일, 미국). 올 추석 즈음 시네큐브에서 3주 동안 단관 개봉했는데, 극장을 찾은 이는 고작 4천명. 만 명 넘게 기대했던 수입사도 극장도 아연했다.
영화제가 또 다른 수요관람층을 창출할 만큼의 파급력을 지니지 못한 거라면, 관객이 또 다른 수요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즉 영화가 아닌 ‘영화제+유럽 영화’라는 ‘품격’을 소비한 이들을 포함해, 볼 관객들은 이미 그 곳에서 다 봤다는 것. 자신이 수입배급한 영화 가운데 9편을 이미 부산에서, 15편을 유럽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된 수입사 스폰지는 그래서 영화제 쪽에 되도록 작은 상영관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수익이 나눠지는 것도 아니고 홍보가 되지 않는 한, 고스란히 관객만 잡혀먹힌 결과가 되고, 대개 그래온 탓이다.
문화 산업은 어떤 의미에서 허영심을 먹고 자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 소비 주체들의 ‘문화적 갈증’이 허울좋은 ‘허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면, 이 괴리가 만들어 낸 거품은 언젠가 사상누각의 모래가 될 지도 모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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