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식 카페로 꾸며진 종로 3가의 ‘피아노거리’ 근처에 위치한 한 주점으로 캉나가 들어가는 장면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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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3년 전 카메라 보조를 하다, 배우로 발탁이 된 뒤 연속 히트작을 내놓은 아이돌스타. .
[100℃르포] 트럭이 오면 오는대로…동시녹음 없이 1신을 5테이크만에 척척…빠르다
지난 2일, 저녁 7시께. 꽤 춥다. 종로통 군밤 장수가 한마디 한다. “아니, 뭐 저렇게 새까맣대. 어디 사람들이여?” 고등학교 여학생이 공손히 응대한다. “멕시코 영화 찍나봐요~”
인도의 영화 제작팀이 난생 처음으로 한국 로케이션을 했다. 지난달 29, 30일 한강 시민공원에서 촬영을 마친 뒤, 2일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에까지 입성한 것이다. 제목 하여, <갱스터>. 드물게 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볼리우드’ 최초의 한국 현지 제작 영화다.
19살 여배우…미인이다
다짜고짜 물어봤다. “아니, 왜 그렇게 해피엔드가 많아요?” 하지만 아누락 보세 감독은 “10편 가운데 1편 수준으로 볼리우드 영화도 차츰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 참, 변하긴 하는 건지. 그러나 믿을 수밖에다. 당장 <갱스터>가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의 큰 이유는 “전국 개봉 영화가 아니라, 대도시 상영만을 노리는 기획 영화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좀더 세련된 도시 감성에 호소하는 영화들도 나오기 때문”(보세 감독)이다. 감독은 힘주며 말했다. “<갱스터>엔 아예 춤이 등장하지 않아요. 노래도 4곡 밖에 나오지 않거든요.” 아닌게 아니라, 보세는 세련된 감각으로 볼리우드의 변화를 꾀하는 감독으로 지명도가 높다.
한국의 카페에서 댄서 가수로 일하는 여주인공(강나 라모르)과 두 남성의 삼각 관계가 이야기의 뼈대다. 갱(엠란 하스미)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강나는 또 다른 남자(시니 아후자)와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다름 아닌 갱을 잡으려고 서울로 잠입해 신분을 속인 채 접근한 경찰.
제목은? ‘갱스터’
“3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방심했다. 취재 좀 해보려니 촬영이 끝났단다. 여주인공이 종로 한가운데 자리한 인도식 카페인 ‘탄트라’로 들어가는 장면(1신)과 거리에서 갱과 데이트(2신)하는 두 대목을 이날 찍었는데, 모두 합쳐 1시간30분 남짓. 장소 이동 시간을 빼면 한 신당 채 30분이 되지 않는다. 짐 꾸려 가려는 이들을 붙들고 한참을 물었다. “배우랑, 감독이랑 이름이 뭐예요?”
보통 이렇다. 촬영을 위한 일체의 통제조차 없다. 분위기 잡고 연인이 골목을 걷다가도 트럭이 오면 그냥 멈추고 비켜선다(2신). 웬만해선 동시녹음도 없다. 강나가 카페로 들어가는 연기 내내(1신), 인도 카페 구실을 한 ‘이리오너라 주막’에선 스티브 유의 노래가 흐른다. 그래도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저들, 탁월하다. 1신을 6 테이크만에 끝낸 뒤, 2신으로 옮길 때도 기습적. “옆 골목 간판들이 화려하고 번화해 보여”(보세 감독) 데이트 촬영 장소로 즉각 정한 뒤 일사불란하게 옮긴다. 물과 음식만 나르는 인부들을 빼면, 스태프는 고작 15명 안짝. 50여명 구경꾼이 둘러싸면, 조명 하나와 지미집(고공 이동 촬영 장치) 밖에 보이질 않는 듯하다. 이달 18일까지 머무르며 전체 영화의 70~80%를 완성하게 된다. 20여 일만에 뚝딱!
두 대목 찍는데 1시간30분
인도는 미인들로도 유명한 나라다. 인도 출신의 ‘애시’가 미스 월드로 등극한 뒤, 할리우드에선 “최고의 미인”으로 그를 추켜세우며 러브콜을 보냈다. 19살 여배우, 강나도 미인이다. 몸도, 얼굴도, 코도 늘씬하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 미인이 많아 영화판 경쟁이 심할 것 같은데요?” 강나가 “미인들이 많지만, 아름다움보단 배우의 재능이 먼저 요구되는 거 아닌가요” 한다. 이번이 첫 영화인데, 이미 배우 다 됐다. 촬영이 이뤄지는 동안, 시느히 바비 촬영 감독의 귓속말. “경쟁이요? 오, 노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영화를 만듭니까. 해마다 40~50명의 신인 여배우가 필요하거든요.”
‘볼리우드’는 영화 산업의 거점 도시로 불리는 봄베이(지금의 뭄바이)와 할리우드를 합친 말. 한 해 1000여편의 신작을 만들고, 35억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산업적 규모로만 치자면, 세계 어느 나라를 앞지른다. 웅혼한 자생력은 볼리우드 영화의 고유 성분에서 나온다. 어떤 줄거리이든, 10여 곡에 이르는 노래와 춤이 경쾌하게 뒤섞인 해피엔딩 구조에 뿌리를 둔다. “200km마다 언어와 문화가 바뀌는 큰 나라에서 공통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변해온”(보세 감독) 것이기도 하지만, 바비 촬영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인구 90%가 가난해요, 그들이 ‘행복’을 바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물질 세계’를 초월한 나라로 ‘신비화’하는 것부터가 오리엔털리즘이라는 듯, 더 울림 있다. 영화가 가장 현실적인 꿈인 건 그 곳이나 여기나 똑같다.
21일간 70∼80% 찍기로
해외 영화의 한국 촬영을 꾀해온 서울영상위원회가 촬영을 돕고 있다. 보세 감독은 “국제 도시의 정서를 담기 위해 애당초 시나리오부터 서울에 맞춰 썼다”고 설명했다. 다들 한국 방문이 처음인데, 하나같이 “여러 곳으로 영화 촬영을 다녔지만 한국 사람만큼 따뜻한 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을 남이섬, 한강, 종로 등지에서 마주치더라도 촬영하는 동안 살짝 기다려줄 여유가 생기지 않나.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트럭이 지나가면 잠시 멈추고 비켜준다. 그리고 다시!
보통 이렇다. 촬영을 위한 일체의 통제조차 없다. 분위기 잡고 연인이 골목을 걷다가도 트럭이 오면 그냥 멈추고 비켜선다(2신). 웬만해선 동시녹음도 없다. 강나가 카페로 들어가는 연기 내내(1신), 인도 카페 구실을 한 ‘이리오너라 주막’에선 스티브 유의 노래가 흐른다. 그래도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는 저들, 탁월하다. 1신을 6 테이크만에 끝낸 뒤, 2신으로 옮길 때도 기습적. “옆 골목 간판들이 화려하고 번화해 보여”(보세 감독) 데이트 촬영 장소로 즉각 정한 뒤 일사불란하게 옮긴다. 물과 음식만 나르는 인부들을 빼면, 스태프는 고작 15명 안짝. 50여명 구경꾼이 둘러싸면, 조명 하나와 지미집(고공 이동 촬영 장치) 밖에 보이질 않는 듯하다. 이달 18일까지 머무르며 전체 영화의 70~80%를 완성하게 된다. 20여 일만에 뚝딱!
여자 주인공 캉나
남자 주인공 엠란 하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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