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라이더>로 첫 주연작을 개봉한 배우 안소희. 박효상 제공
“도와주세요 제발!” 22일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에서 호주에서 일해 번 돈을 한순간에 잃은 지나는 모르는 아저씨(이병헌)를 붙잡고 이렇게 외친다. 이 장면을 연기한 안소희는 “그때가 촬영 이틀째였는데 너무 어려웠다. 이병헌 선배님이 네가 정말 절박해야 내가 돌아본다고 하셔서 ‘선배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도망가지 않고 이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외쳤으니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22일 개봉일에 맞춰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첫 주연의 어려움과 보람을 들었다.
“저는 정말… 조심스러워서….” 인터뷰 중 안소희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조심’일 것이다. “일찍부터 제 모든 것이 노출되는 생활을 해와서 늘 조심스럽고 조용조용하게 지낸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니 사소한 일들을 많이 알아야 하더라고요. 제 나이대 사람들은 혼자 뭐든지 하잖아요. 저는 혼자 해본 일이 별로 없으니까 우선 혼자 조심스럽게 많이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충격이었어요. 저는 운동복 입고 마스크 쓰고 조심조심 돌아다녔는데 ‘너 어디어디 갔다던데’ 하고 소문이 다 나더라고요.”
2007년 15살 나이에 원더걸스 소희로 데뷔해 오랜 세월 걸그룹의 이름으로 살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무거운 걸 지고 다니는구나!’ 원더걸스 소희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 중 하나로는 배낭여행도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경험하는 일상은 경탄할 일투성이였다. 원더걸스 데뷔 전부터 배우를 우선 지망했다는 그, 화려한 옷을 입고 춤추던 소희는, 좀비가 되어버리는 여고생(<부산행>)으로, 주근깨를 찍은 얼굴(<싱글라이더>)로 전업 중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 대한 감각을 얻는 것이었다.
“남들에게 당연한 것을 하나도 하지 못했던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했던” 덕에 <부산행>의 여고생, <안투라지>에서 누군가의 첫사랑, 그리고 이번에 <싱글라이더>에선 정말 호주에 가면 만날 듯한 청년 역 등 일상성이 돋보이는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을 소화해냈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 재훈(이병헌)이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걸 잃고 호주로 유학 보낸 아내(공효진)와 아들(양유진)을 찾아가며, 거기서 곤경에 처한 지나(안소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싱글라이더>에서 안소희는 호주에서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꿈꾸지만 곤경에 처하는 청년 역을 맡았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한달여 진행됐던 호주 촬영 기간 안소희는 “너무나 어렵고 너무나 조심스러워서 늘 쩔쩔매면서, 보람있는 날과 좌절하게 되는 시간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현장을 견뎠다고 한다. “제 연기를 두고 제가 뭐라 하기엔 너무 부끄럽고 그래도 열심히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어린 나이부터 어떻게 긴장 가득한 생활을 견뎌올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면 최대한 그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그 최대치를 느끼고 나면 털어내기 쉬워진다”고 답할 때는 실제 나이 25살을 훌쩍 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겁이 많아지는데 연기할 때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돌 이미지가 넘어야 할 산이고 숙제인 건 맞는데요, 그걸 지우려고는 안 해요. 천천히 다른 캐릭터를 덧입히면 나중엔 그렇게 봐주지 않을까요?” 안소희는 천천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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