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그림자들의 섬> <아가씨> 등
수집가들 자극하는 아름다운 영화 이미지들
수집가들 자극하는 아름다운 영화 이미지들
영화 굿즈가 10~20대를 위한 세계라면 나이 든 세대들은 여전히 포스터를 선호한다. 영화 포스터는 관객과 만나는 첫 얼굴이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포스터 제작에 소리 없이 많은 공을 들인다.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는 디자인 그래픽 회사 프로파간다 최지웅 대표는 “예전엔 극장이나 길거리에 포스터들이 붙고,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포스터를 보지만 영화로 안내한다는 포스터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포스터 작업은 배우 캐스팅보다 앞서서 시작된다. 이 회사는 시나리오책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촬영 현장 동행은 물론 영화와 흡사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직접 장소도 물색한다고 했다. 그 결과 <범죄의 여왕>처럼 공간을 부각한 포스터를 만들기도 하고 스틸 컷이 정말 좋으면 10가지 종류의 포스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단다.
■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 포스터들
포스터의 세계는 영화와 또 다른 이미지 다툼이기 때문에 <빌리 엘리어트>, <네온 데몬> <러덜리스> 등은 해외 현지 포스터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요즘은 관객들이 <히말라야>처럼 배우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하는 것을 피로해해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유명한 배우들이 나옴에도 바닷가에 가서 인물들이 작게 나오게 찍었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사는 스타들의 얼굴을 선호해서 자주 싸운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공들인 포스터는 오래 간직된다. 건축가 강기표씨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500종이 넘는 포스터를 모아왔다. 그가 지난해 나온 것 중 최고로 꼽는 영화 포스터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다. 소녀들의 아름다운 꿈과 소망이 포스터에 정말 잘 드러나 있다는 생각에 오리지널 포스터를 따로 구입하기도 했단다. 또 부산 영도 거대한 조선소에서 노동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그림자들의 섬>과 <아가씨> 중 칸국제영화제용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를 함께 2016년의 수작으로 꼽았다. 외화로는 “달빛 아래에선 흑인 소년들도 모두 파랗게 보이지”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문라이트>의 포스터, 물을 뛰어넘는 장면을 담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여주인공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퍼스널 쇼퍼>, 특이하게 정사각형으로 만든 <단지 세상의 끝>을 추천한다. 이들 포스터는 영화에 앞서, 어쩌면 영화보다도 더 절실하게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영화 <우리들>
영화 <아가씨>
영화 <문라이트>
영화 <그림자들의 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퍼스널 쇼퍼>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영화 <단지 세상의 끝>, 각 영화사 제공
영화 <유스> 해외 포스터. 강기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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