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나쁜, 남자에요.” 일본 배우 쿠보타 유키(35)는 한국 언론과 처음 해본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국말로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했다. 9일 영화 <절벽위의 트럼펫> 한국 개봉을 앞두고 2주일 전부터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단다. 그가 자신을 나쁜 남자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라이벌인 라이더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소노 시온 감독의 <신주쿠 스완2>(2016)에선 약물중독자로 출연하는 등 선굵은 외모 만큼이나 주로 어둡고 강한 캐릭터를 맡아 왔다.
그러나 <절벽위의 트럼펫>에선 착한 남자다. “처음으로 순정적이고 착한 청년을 맡았기 때문에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특히 대학생 역할인데다가 한국 케이팝 스타인 틴탑 엘조와 함께 출연하기 때문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외모부터 청순하게 보이려고 했다”며 웃었다. <절벽위의 트럼펫>은 심장 수술을 받고 오키나와로 온 아오이(사쿠라바 나나미)가 섬에서 트럼펫을 부는 지오(엘조)를 만나며 겪는 신비한 이야기를 그렸다. 쿠보타 유키는 아오이를 곁에서 지키는 친구 역이다. 그는 2피엠(PM) 찬성이 출연했던 <와스레유키>에서 한상희 감독을 만난 인연으로 한번 더 한·일합작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도 틴탑 팬이 많기 때문에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극장마다 팬들이 가득했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절벽 위의 트럼펫> 일본 개봉 반응이다.
영화 <절벽위의 트럼펫>에서 쿠보타 유키와 사쿠라바 나나미. 투썸업픽쳐스 제공
2002년 잡지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쿠보타 유키는 2007년 연극 <하루>, 2008년 <테니스의 왕자> 등에 출연하며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2009년 <가면라이더>를 계기로 스크린으로 발을 들였다. 가면을 쓰고 연기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언제나 필사적이다. 그는 “<가면 라이더>는 이 콘텐츠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매년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전통있는 시리즈다. 일본에선 배우가 1년 가까이 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가 대하드라마나 아니면 <가면라이더> 같은 경우밖에 없다. 배우로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처음 <가면라이더>에 등장할 때 상반신은 벗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위해 수개월간 근육을 만들었다. <신주쿠 스완2>에선 약물중독자가 되기 위해 몸무게를 10㎏ 빼기도 했다”는 그는 “예를 들면 내가 맡은 라이더를 표현하기 위해 동작은 불안하고 목소리는 다정해진다. 무엇이 됐든 캐릭터를 명확히 알려주고 관객들이 따라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은 <아사히 티브이>에서 방영중인 <우주전대 큐레인저>에서 스콜피온 역을 맡아 연기한다.
“엘조가 일본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대화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틴탑 멤버들 사인이 들어있는 시디도 나에게 건네줬다. 순수하고 좋은 배우같다”며 한국 배우와 연기한 소감을 밝히기도 한 그에게 함께 일해보고 싶은 한국 영화인이 있는지 물었더니 한국어로 답한다. “곡성 나홍진, 아수라 김성수, 배우 정우성씨 팬이에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전, 나쁜, 남자니까요.” <가면 라이더> <큐레인저> 철갑으로 무장한 캐릭터 속엔 나쁜 남자를 노리는 배우가 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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