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탄핵이 왔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전’자가 붙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탄핵 결정까지, 대중문화는 현실을 환기하며, 때로는 반영하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왔다. 탄핵 정국과 함께해온 대중문화의 흐름을 분야별로 정리해본다.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누리집 갈무리
오늘의 대통령 탄핵은 곧 영화가 될까? 할리우드의 경우를 보면 분명히 그렇다. 1976년 개봉한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감독 앨런 퍼쿨라)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가 마침내 1974년 8월9일 의회 탄핵을 앞둔 대통령의 사퇴로 이어지는 역사를 담고 있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더스틴 호프먼이 실제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 기자 역을 맡았다.
한때 재기의 마술사였지만 결국엔 쫓겨나는 대통령, 남들 앞에선 화려한 쇼맨십을 구사했지만 혼자 있을 땐 열등감 덩어리였던 대통령.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닉슨>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를 통해 모순덩어리 인물 닉슨을 조명한다. 로버트 올트먼 감독이 만든 <은밀한 영광>(1984)과 론 하워드 감독 <프로스트 대 닉슨>은 닉슨의 마지막 정치적 나날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그 뒤 닉슨은 만화 <심슨> 등 대중문화에서 고정 캐릭터가 됐고 대통령 탄핵은 미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됐다. 넷플릭스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2번째 시즌에선 개릿 워커 대통령이 부패한 사업자들과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탄핵 소추 결의안이 하원에 상정되기에 이른다. 지지율 8%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워커는 언더우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자진 사퇴를 결심한다. 역시 넷플릭스에서 최근 방영을 시작한 <지정 생존자> 첫번째 시즌엔 대통령을 포함한 핵심 각료들이 전원 사망하면서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 커크먼을 탄핵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주인공이 정치적 소신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없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타지다.
이번 탄핵 과정에서 <내부자들> <더 킹> 등 몇몇 한국 영화들은 정권의 부패구조와 변동을 실감나게 묘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현대사를 통해 탄핵 정국의 의미를 되짚는 데 도움을 준 만화들도 눈길을 모았다. 만화번역그룹 해바라기 프로젝트 이하규 팀장은 “꾸준히 현대사를 기록해온 만화들은 지금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읽고 넘어갈 만한 촛불 장르”라고 했다.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등을 그린 <침묵의 봄 희망의 봄 혁명의 봄>(2016, 탁영호, 휴머니스트), <26년>(2012, 강풀, 재미주의), <망월>(2015, 김성재·변기현, 길찾기), <100℃>(2009, 최규석, 창비) 등은 격변의 시기 다시 펼쳐볼 만한 작품들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도움말 영화평론가 허남웅·이학후, 번역가 이하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