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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치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있을까?”

등록 2017-04-03 15:10수정 2017-04-03 19:57

<랜드 오브 마인>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 인터뷰
독일군이 묻은 지뢰 제거에 동원된 독일 소년병들
2차세계대전 직후 덴마크에서 있었던 실화 바탕
촬영 현장의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 싸이더스 제공
촬영 현장의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 싸이더스 제공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덴마크군은 덴마크 서쪽 해안의 지뢰를 파내고 해체하는 일에 독일 포로들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군이 묻은 것으로 200만개가 넘었다. 포로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지만, 5년 동안의 독일 점령에서 벗어난 덴마크 사람들은 나치 패잔병들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내모는 것을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지뢰 해체작업에 동원된 독일 포로들 중엔 13살부터 19살 소년병도 2600명이나 있었다. 그들 가운데 절반은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당하거나 사망했다.

덴마크 사람들도 알지 못하거나 말하길 꺼리는 전쟁 직후 역사를 꺼내 영화 <랜드 오브 마인>으로 만든 사람은 덴마크 감독 마틴 잔드블리엣이다.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감독은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을 갖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스스로에게 ‘나치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소년들이 비록 폭력적이고 잔악한 정권의 일부였을지라도, 관객들이 그들 또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랐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영화는 덴마크의 작은 반도 스켈링앤에서 소년들이 지뢰를 해체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이들의 작업을 지휘하는 칼 라스무센(롤랜드 몰러) 상사는 독일군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영화 초반엔 포로수용소의 지휘관처럼 소년들을 학대하고 감시한다. 알뜰살뜰 키우는 개의 밥을 챙기면서도 소년들의 굶주림은 모른 척한다. 전쟁은 인간의 개별성을 삭제한다. 전쟁터에서 적은 괴물일 뿐이다. 그러나 지뢰로 팔다리를 잃은 소년들이 아기처럼 엄마를 찾으며 우는 모습,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쥐똥을 주워 먹는 모습, 그들이 집에 돌아가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집을 고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적에 대한 증오는 천천히 흔들린다.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의 소년병들. 싸이더스 제공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의 소년병들. 싸이더스 제공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감독은 “아이들이 배우 같은 외모가 아니라 독일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얼굴을 지니고 있기를 바랐다.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찾았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이 친구들은 모두 아마추어 연기자였다. 감정을 극대화하려고 연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상사 역을 맡은 롤랜드 몰러와 개인적으로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고도 주문했다. 아이들은 촬영 중에 나에게 ‘저분 진짜 화났어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죽음은 돌연히 찾아온다. 영화는 음악이 거의 없고 지뢰를 해체할 때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관객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스릴러와도 같은 긴장으로 지루할 틈 없지만, 앳된 얼굴의 소년들이 죽을 때마다 관객들은 영화를 지켜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실화에 관련된 인물이 많이 살아 있지만) 실제 인물을 만나서 인터뷰하진 않았다. 대신 역사적 고증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칼 상사가 바로 ‘나’일 수도 있겠다는 감정으로 캐릭터를 잡았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영화다. 영화를 통해 증오에서 용서로 마음이 움직이길 바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6일 개봉. 15살 이상 관람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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