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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선거 잘못하면 얼마나 불행한지 알게 됐잖아요?”

등록 2017-04-24 18:06수정 2017-04-24 20:18

본격 정치영화 <특별시민>으로 돌아온 배우 최민식
서울시장 3선 도전하는 ‘권력욕의 화신’ 변종구 역할
“배우는 영화의 사회적 파장 걱정하기보단 즐겨야”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변종구는 기본적으로 뻐꾸기(말솜씨)가 좋은 놈이죠. 이 영화에선 ‘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실 말이란 것은 공허하죠. 실제 정치가 그렇듯이.”

작품마다 선 굵은 연기로 관객들을 매혹하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은 배우 최민식(55)이 이번엔 ‘닳고 닳은 정치인’으로 돌아왔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시민>에서 그는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권력욕의 화신’ 변종구 역을 맡았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을 때부터 끊임없이 대사를 고치고 또 고쳤다”고 했다. 영화를 찍는 과정은 그에게 한마디로 “맛이 기가 막히고 입에 꼭 맞는 대사”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이었다. 배우 최민식이 정치인 변종구로 거듭나는 과정이었을 터다. “좋은 대사가 참 많지만, 변종구가 선거판에 처음 뛰어든 젊은 광고인 박경(심은경)에게 ‘내가 이 개새끼를 늑대새끼라고 하면 늑대새끼로 믿게끔 하는 게 선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참 맘에 들더라고요.” 그토록 오랜 시간 준비해 스크린에 펼쳐놓은 ‘말의 향연’ 속에서 그가 골라낸 명대사다.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선거판을 정면으로 다룬 첫 한국 영화인 <특별시민>은 개봉 시기가 대선과 맞물리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예상치 못한 부담감이 더 얹힌 형국이다. 하지만 정작 최민식은 담담하다. “걱정해야 할 사람은 투자 쪽 사람들이죠. 배우는 ‘현실에서 이걸 좋아할까? 개봉 때 등급이 어떻게 나올까?’ 따위의 걱정을 하면 안 돼요. 창작물이 사회적 파장이 있으면 좀 어때요? 그래야 재밌잖아요? 우리가 무슨 교과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다만 영화계 사람들이 ‘현실이 더 드라마틱한데, 과연 관객이 돈 내고 이 영화를 보러 오겠냐?’고 할 땐 “진짜 그러네 싶었다”며 웃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이번 작품에서도 ‘연기 욕심’을 좀 과하게 냈다고 했다. 첫 장면에서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죽일 놈’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랩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려는 변종구의 모습을 좀 더 임팩트 있게 보여주고 싶어 선택했지만, 연습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후회했단다. “짬짬이 정말 열심히는 했어요. 근데, 아이고 나 죽겠다죠. 허허허. 그래도 가사가 맘에 들어요. ‘내가 죽일 놈이지 뭐’라면서도 ‘내가 잘할게’ 하는 가사가 마치 변종구의 캠페인송 같달까?” 선거를 위해 딸까지 팔아먹은 변종구를 아내가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장면 역시 그가 제안했다. “슛 들어가기 전 서이숙씨한테 ‘예배당 종 치듯 인정사정없이 때리라’고 했죠. 근데 처음 한 방이 날아오는데 ‘와~ 불이 번쩍!’ 엄청 두드려 맞았네요. 허허허.”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배우 최민식. 쇼박스 제공
복잡한 시국에 정치영화를 찍으면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 ‘내가 투표한들 뭐가 바뀔까?’라는 냉소적인 마음이 절박함으로 바뀌었다. “선거 한 번 잘못하면 얼마나 불행한지, 머리털 다 빠질 만큼 괴로운지 알게 됐잖아요? 매의 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직업적으로 사람의 눈을 보면 진심이 보여요. (찍을 사람이) 누군지는 안 가르쳐 줄 거예요. 저만 알고 꼭 투표할래요. 허허허.”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쉬리>, 칸을 매료시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올드보이>, 역대 흥행 순위 1위 <명량> 등 한국 영화사의 획을 긋는 작품마다 중심에 섰던 최민식. 그의 다음 시선은 어딜 향해 있을까?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미국 드라마에 버금가는 정치영화를 만들고픈 부담감 때문에 이번 영화를 찍으며 힘이 좀 들어간 것 같아요. 대선 끝나고 시국도 안정되면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에 도전하고 싶어요. 힘 좀 빼고, 만드는 재미 그 자체에 푹 빠질래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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