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봉한 이란영화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아, 4년 전 국내 흥행 1위에까지 올랐던 <천국의 아이들>의 속편 격인 <천국의 아이들 2>가 18일 한국 관객을 찾는다.
1편은 여동생 지라의 운동화를 구해주려고 마라톤에 참가했던 알리와 관객이 하나되어 달리며, 때 없는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주는 동심의 흔적을 발견케 해줬다. 2편도 1편 만큼이나 살갑고 귀엽다. 감독도 배우도 모두 다르지만, 메마른 듯한 황톳빛 골목 사이를 오가며 마을을 살아있는 자의 것으로 만드는 남매의 분주함이 여전하다.
12살 하야트가 1년에 한 차례밖에 없는 중학교 입학 시험을 앞둔 이른 아침, 뜻밖에 아빠가 혼절해 있다. 엄마와 아빠가 병원에 가면서 2학년 남동생 아크바르(메다드 하시니)와 젖먹이 막내를 하야트가 떠맡는다. 젖먹이 동생을 마냥 돌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팽개치고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갈 수도 없다. 동생, 젖소, 닭도 배고프다고 난리법석. “아크바르, 애 좀 봐줘~.” “애가 애를 어떻게 보냐?!”
하야트 역의 가잘리 파사파(13)는 극중 하야트와 어깨동갑인데, 전문 배우가 아니다. 가끔 표정이 서툴러지지만 덜 익은 감자마냥 떨떠름하기보다 파릇한 꽃이 핀 감자처럼 해맑다. 우리의 삶과는 많이 다른 모습들임에도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거기서 빚어지는 웃음이 살갑도록 하는 힘의 상당부분이 아마추어 배우들의 삶과 유리되지 않은 연기에서 나오는 듯하다.
송아지만한 눈을 하고 막내를 맡기려고 온 동네를 수소문하며 드나드는 하야트의 발에 왜 하필 슬리퍼가 신겨 있는지부터, 영화는 하야트를 지켜보는 관객을 어지간히도 안타깝게 한다. 한둘이 아니다. 계속 궁지에 몰리는 하야트를 보며 웃는 한 구석에서 심사가 난감해지기 히작한다. 하야트를 집요하게 내몰기 위해 영화는 작위적인 수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곤 기어이 이 ‘천국’의 가혹함을 드러내고야 만다.
애를 봐주겠다던 할머니가 되레 젖먹이의 젖병을 빨고, 옆집 아줌마는 남의 딸이 학교다니는 것에 감놔라 배놔라다. 하야트를 위아래로 훑으며 음흉한 미소를 흘려보내는 젊은 사내는 더없이 ‘비천국적’이다. 희멀건 얼굴빛을 하고선 누나한테 대들거나, 동생한테 자장가를 불러준다고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아크바르가 결국 누나가 시험을 보도록 펼치는 꼼수나, 20명 가운데 단 3명만 중학교로 진학하는 거센 시험장에서 친구들이 하야트의 시험을 함께 돕는 모습은 그래서 비관적 세상을 의지나 희망이 낙관해야함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단편 영화로 역량을 키워온 골람 레자 라메자니 감독의 작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영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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