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주연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
“처음엔 고사했어요. 광주가 얼마나 아픈 비극의 현장인데…. 제가 부끄럽지 않게 이 이야기를 대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거든요.”
광주민주화운동(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개봉(8월2일)을 앞두고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50)는 답변 하나하나에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변호인>을 찍고 난 뒤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나름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지만, 이번 영화를 망설인 것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작품의 무게감 때문”이라고 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변호인> 등 제 필모를 보면, 정치적 고려로 영화를 선택하진 않는다는 걸 아실 거예요. 블랙리스트는 작품 선택에 대한 검열보다는 직업 배우로서 대중적 이미지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싶어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요. 직접적 불이익이 없어도. 그게 폐해인 듯해요.”
<택시운전사> 주연 배우 송강호. 쇼박스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했던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영화에서 택시운전사이자 소시민인 만섭 역을 맡았다. 택시운전사라는 역할답게 극 중 ‘빼어난’ 운전실력을 뽐낸다. “으하하하. 연습을 따로 한 건 아니고, 워낙 운전을 좋아해요. 스틱으로 1종 면허를 따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브리사가 옛날 차종이라 좁더라고요.” 낡고 좁은 옛날 차종이지만, 일본에서 물 건 너 온, 1억이 넘는 몸값을 자랑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동안 5·18을 다룬 영화는 많았다. 이 영화는 무엇이 다를까? “80년 광주를 고발하는 느낌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 비극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이념이나 사상이 아닌 ‘상식과 기본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명제를 고민하는 영화기에 ‘희망’을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광주를 이야기할 때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닐까요?”
촬영 내내 그 날의 참상이 떠올라 못내 가슴 아파 힘들었다는 송강호.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만섭이 순천에서 유턴해 광주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꼽았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를 부르며 감정을 쌓아가다 눈시울을 붉히며 운전대를 휙 돌리는 강렬한 장면이에요. 컴퓨터그래픽 처리를 해 티가 안 나지만, 그 구간이 매우 짧았어요. 바로 앞은 논두렁이고. 노래하랴, 감정연기하랴, 논두렁으로 차 처박힐까 걱정하랴…. 으하하하.” 그는 제3한강교의 가사를 떠올리며 감정을 다잡았다고 했다. “원래 슬픈 노래는 아닌데, ‘이 밤이 새면 첫차를 타고 행복 어린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에서 그게 광주의 새벽 같은 느낌이었어요.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아려요.”
사회적으로 다소 민감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는 송강호.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할까? “제 대답이 틀렸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저는 힘든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나름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하는 것 뿐이에요. 일개 배우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게다가 다음 작품은 마약쟁이 이야기인 <마약왕>인데요? 으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