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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가 엎어졌다고 일을 안 한 게 되나요

등록 2017-07-17 10:29수정 2017-07-17 11:06

[유선희 기자의 영화판]
영화 스태프들의 촬영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 스태프들의 촬영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영화 <아버지의 전쟁> 제작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 김훈 중위 사망 사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데다 톱스타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화제작이어서 무산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이 소식은 메가폰을 잡았던 임성찬 감독이 지난 12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임 감독은 제작 무산 사실과 함께 “스태프의 임금이 미지급됐다”는 고백을 하며 자괴감을 드러냈죠. 하지만 바로 다음날,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문을 내 “영화가 무산된 것은 제작사 무비엔진이 중대한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는데요. 제작사가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촬영을 진행한 점, 사전에 합의된 촬영 회차를 위반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제작사는 “투자사가 감독 교체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제작 중단은 투자사의 일방적인 선택 때문”이라고 맞섰습니다.

상황이 제작 무산을 둘러싼 감독과 제작사, 투자사 간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양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태프의 임금체불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안을 조사 중인 영화산업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미지급 임금은 3억원 남짓이라고 합니다. 스태프들은 영화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자 표준계약서, 4대 보험, 적정 임금 등 ‘기본적 권리’마저 포기했다는데요. 영화판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열정페이’와 ‘임금체불’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셈입니다.

영화가 무산됐다고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작 무산의 책임공방은 투자사와 제작사 몫이지 스태프의 몫이 아니니까요. 투자사와 제작사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동안 스태프의 한숨은 깊어갑니다.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앞서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2016 영화 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6월23일치 22면)를 보면, 지난해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1970만원(월 164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막내(수습)는 657만원(월 55만원)에 그쳤습니다. 최근 3년간 임금체불도 응답자 평균 1.52편(579만원)으로 2014년의 평균 1.39편(433만원)보다 되레 늘었죠. ‘쥐꼬리 임금’에 ‘빈번한 체불’까지 이뤄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이제 ‘열정페이’와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합니다. 표준계약서 작성과 준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스태프의 업무 유형과 숙련도에 따른 임금 가이드라인인 ‘표준보수지침’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영진위는 2015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표준보수지침 조사를 하고도 사용자 반대로 2년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체부와 영진위의 책임 방기가 결국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이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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