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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크리스토퍼 놀란의 ‘놀라운 상상력’, 실화영화에서도 통할까?

등록 2017-07-18 10:59수정 2017-07-18 19:18

[리뷰/신작 ‘덩케르크’]
2차대전 당시 연합군 대규모 철수작전 다뤄
‘해안의 1주일-바다의 1일-하늘의 1시간’ 교차
서로 다른 시간대의 경험을 평행선상에 재구성
CG 최소화하고 대부분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10분짜리 기억력’을 가진 남자의 범인 추적기를 다룬 <메멘토>, 슈퍼히어로물에 범죄와 누아르를 더하고 그 안에 인간적 고뇌까지 담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 ‘꿈속의 꿈을 꾸게 하여 사람의 생각을 훔친다’는 혁신적 발상을 그려낸 <인셉션>, 상대성 이론·웜홀 등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광활한 우주와 따뜻한 인간애의 결합을 시도한 <인터스텔라>까지…. 할리우드 명장 크리스토퍼 놀란(47) 감독하면 떠오르는 필모그래피는 늘 ‘상상력’이라는 단어로 수렴한다. 구태의연한 생각의 틀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놀란 감독의 상상력은 종종 영화 속에서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으로 구현되곤 했다. 그런 놀란 감독이 처음으로 ‘실화영화’를 들고 관객을 찾아온다. 20일 개봉하는 신작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에서 벌어진 연합군의 탈출작전을 그린 전쟁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던 놀란의 ‘놀라운 마법’이 과연 실화영화에서도 통할까?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1940년 5월, 서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했던 프랑스가 독일에 참패한 뒤, 연합군은 속절없이 무너지며 괴멸 위기에 처한다. 조여오는 독일의 포위망을 피해 후퇴를 거듭하던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연합군 40만명은 프랑스 북쪽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다. 이후 약 일주일 남짓, 민간 어선을 포함한 900여척의 선박이 독일 기갑부대의 포위를 뚫고 이들을 영국으로 철수시키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탈출작전을 펼치게 된다. 영화는 오직 이 일주일에 초점을 맞춰 덩케르크에서 벌어진 일들을 촘촘하고 밀도 있게, 그리고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인터스텔라>와 <인셉션> 등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뤘던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에서도 어김없이 그 장기를 꺼내든다. 영화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해변의 1주일’, 군인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향하는 민간 선박의 ‘바다에서의 1일’,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를 맡은 전투기 조종사의 ‘하늘에서의 1시간’을 맞물리도록 구성한다. 각기 다른 시간에 진행된 사건을 일직선의 평행선상에 올려놓고 교차시켜 마치 관객이 동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처럼 느끼도록 한 셈이다. 따라서 영화의 시점은 해변에 고립된 영국군 토미(핀 화이트헤드)의 시선, 민간 선박을 끌고 덩케르크를 향해 항해 중인 도슨(마크 라이런스) 일행의 시선, 전투기를 몰고 하늘에 떠 있는 파리어(톰 하디)의 시선 사이를 계속해서 오간다. 놀라운 점은 이들의 ‘1주일-1일-1시간’이 정교하고 치밀하고 완벽하게 맞물리며 돌아간다는 점이다. 보통 너무 잦고 빠른 시점의 변화는 혼란스럽거나 스토리를 난해하게 만들 우려가 있지만, <덩케르크>는 이런 함정을 피해간다. 마치 복잡한 큐브를 완벽하게 맞춰나가는 과정과도 같달까.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관객은 카메라의 시점 이동에 따라 전쟁을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안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체험’하게 된다. 놀란 감독은 지난 13일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주관적인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해안가에 있는 군인, 스핏파이어(영국 전투기)에 탄 조종사, 갑판에 서 있는 군인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세 가지 모습을 교차해 좀 더 완전한 전장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놀란 감독은 사실감과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하고, 거의 100% 아이맥스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했다.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했던 실제 선박을 동원했으며, 총 3대의 스핏파이어를 확보해 직접 배우와 촬영감독이 탑승해 촬영하는 모험도 감행했다. 감독의 공언대로 상영시간 내내 전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듯한 강렬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통해 촉발된 ‘플랫폼 논쟁’에도 불구하고, <덩케르크>는 왜 영화를 극장에서, 그것도 아이맥스로 봐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놀란 감독 역시 “영화를 즐기는 방식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영원히 바뀌지 않는 점은 극장에서 봤을 때 영화의 매력이 최대치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맥스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덩케르크>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감동 드라마’ 따위는 없다. 철수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의 희생과 인간애 등이 녹아있긴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조차 시종일관 담담하다 못해 차갑다. “이것은 전쟁 영화가 아니라 생존 드라마”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군더더기를 뺀 채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투에만 집중한다.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시계의 초침소리, 배의 엔진 소리, 모터 소리 등 기계음의 혼합을 통해 106분의 러닝타임 내내 이런 현실감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미래에서 과거로, 상상에서 현실로 옮겨가긴 했지만, <덩케르크>는 ‘놀란이 빚어낸 완전히 새로운 전쟁영화’라는 찬사를 듣기엔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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