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역사적 실화를 주제로 한 묵직한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는 여름, 거칠지만 뜨거운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발랄한 영화 한 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날것 그대로의 대사, 두 주연배우 박서준·강하늘의 찰떡궁합 연기, 신예 김주환 감독의 신선한 코미디와 감각적 연출이 어우러진 <청년경찰>(8월9일 개봉)은 대작들 틈바구니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뽐낸다. 한국 영화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 버디 무비’가 숨 막히는 무더위를 날리고 관객 매혹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의욕만 충만한 기준(박서준)과 이론만 백단인 희열(강하늘)은 입학식에서부터 우정을 쌓기 시작한 경찰대 동기생. 고된 훈련과 얼차려, 쓸모없어 보이는 수업에 지친 둘은 “크리스마스에 뭐 할 거냐”는 물음에 답을 내지 못하는 갑갑한 청춘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두 사람은 ‘청춘사업’을 명목으로 외출을 나갔다가 우연히 여성 납치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사소한 단서만 가지고 책에서 배운 대로 수사를 벌이던 이들은 이 사건에 인신매매 조직이 연계돼 있음을 파악하고 납치 여성 구출에 나선다. 하지만 경찰이 아닌 경찰대생이라는 신분과 경찰 행정절차의 한계 등에 부딪혀 좌절한다. 그럼에도 젊음의 열정에 포기란 없다. 둘은 선배 경찰의 도움을 얻어 범죄집단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퇴학의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 체포에 나선다.
영화 <청년경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청년경찰>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박서준·강하늘이라는 두 배우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기준과, 책 속의 이론에만 빠삭한 희열이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한 두 배우의 만남은 초반부터 어마무시한 코믹함을 발산한다. 특히 두 사람이 내뱉는 필터링 없는 비속어와 손가락 욕설은 폭소를 자아낸다. 15살 관람가답게 이런 비속어와 욕설은 불편함보다, 유쾌하고 건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러닝타임 내내 달리고 또 달리며 오직 몸만 써서 만들어내는 액션도 볼거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주어 신선하다. 허를 찌르는 재기발랄한 유머 코드, 위기의 순간마다 튀어나오는 엉뚱발랄 브로맨스, 콤비를 둘러싼 ‘웃픈’ 상황 전개는 다소 허술한 이야기 구조와 구태의연한 사건의 소재에 대한 아쉬움을 완전히 엎어버릴 만큼 강력하다. 김주환 감독의 젊은 감각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청춘 코믹극의 외피가 두껍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비판적 메시지도 번뜩인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직면하는 황당한 상황은 ‘시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그 부름에 응답한다’는 경찰의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현실의 한계를 꼬집는다. 수사의 경중을 옳지 않은 기준으로 따지는 경찰의 작태, 실제와는 동떨어진 경직된 절차에 얽매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공권력의 한심함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통계학적으로 납치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로 수차례 언급되는 ‘7시간’ 역시 국민을 구조해야 할 의무를 지닌 국가 시스템이 부재했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김주환 감독은 언론시사회 뒤 열린 간담회를 통해 “이 영화는 리얼리티를 장착하고 있지만 결국은 판타지에 가깝다.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 젊음과 열정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이런 두 청년이 있으면 모두가 마음이 든든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젊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빛’(괴테)이며, ‘청춘은 무엇이든 모두 실험’(스티븐슨)이라고 했다. 기준과 희열의 좌충우돌이 그저 흐뭇하기만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누구나 겪었을, 또는 겪고 있을 ‘청춘의 열정’에 바치는 헌사와 같은 이 영화에 관객은 얼마나 응답할까. 여름시장의 ‘복병’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