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강재훈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영화제 정상화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원직 복귀에 대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3년 가까이 파행을 겪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부 직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과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은 7일 직원 전체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광호 사무국장은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명서는 이용관 전 위원장의 원직 복귀가 영화제 정상화의 첫 단추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이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라며 “서병수 부산시장의 영화제 탄압에 대한 사과와 수사 촉구, 영화단체들의 영화제 보이콧 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 마련 등의 요구안도 담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성명서에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은 내년 2월 총회에서 사퇴하라”는 문구를 담자는 강경한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고발과 검찰 수사가 <다이빙벨> 상영 강행 등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성격이 짙었음에도 김 이사장이 ‘법률적 판단을 지켜보자’며 선을 그으며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강한 비판이라는 해석이다. 업무상 횡령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장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서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은 7일 성명을 내 김동호 이사장(왼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에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원직 복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씨네21> 제공.
한 영화제 내부 직원은 “김동호 이사장이 돌아온 뒤 지난해 7월22일 개정된 정관에는 직무 관련성을 막론하고 민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할 경우 집행위원 직무를 해촉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며 “이 조항을 핑계로 일부에서 재판 결과를 문제 삼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난 이 마당에 정치적 탄압에 희생된 이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과 원직 복직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영화제 사정에 밝은 한 영화계 인사는 “이 전 위원장의 원직 복귀는 결국 김동호·강수연 두 분의 거취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 아니겠냐. 김 이사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기간에 장관급인 문화융성위원장을 연임까지 사람인데, 이제 와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부산국제영화제는 각종 내홍에 시달려왔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참석했던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가 프랑스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뒤를 이어 6월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됐던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직 사임했다. 지난달 말에는 영화제에서 수년 동안 일해 온 프로그램실 실장과 팀장 등 직원 4명이 단체로 사표를 내기도 했다. 같은 시기 ‘금전 문제’와 ‘부당지시’ 등의 문제가 불거진 홍효숙 프로그래머 역시 아예 사표를 냈다. 이 때문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올 영화제가 원만히 치러질 수 있겠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영화인들이 2016년 3월 열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 김명진 기자
김 사무국장은 “이번 성명서 발표가 내부분열로 비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며 “직원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위상에 걸맞게 치러야 한다는 사명감과 영화제가 이 전 위원장의 복귀로 하루빨리 정상화 돼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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