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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세상이 바뀌니 자기검열 없이 마음껏 재편집했죠”

등록 2017-08-28 18:25수정 2017-08-28 20:25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전인환 감독】
작년 다큐 흥행 1위 영화 감독판으로 재개봉
노 대통령 생전 모습·촛불시위 등 30분 추가
“감독판 계기로 7년 동안 묶인 맘 내려놓고파”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을 연출한 전인환 감독.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을 연출한 전인환 감독.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20만명을 끌어모으며 다큐멘터리 흥행 1위를 기록했던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영화 개봉 뒤 10개월 남짓 동안 세상은 말 그대로 “훌떡 디비졌”다. <한겨레>가 폭로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게이트로 번졌고, 180일간의 촛불혁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불러왔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전인환 감독은 개봉 당시 관객들과 한 약속대로 감독판인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30일 개봉)을 들고 돌아왔다. 전 감독을 2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지난해엔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많은 채로 개봉을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구성의 산만함도 많이 개선됐고, 10월 버전엔 없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과 촛불시위 장면 등 30분 분량 정도가 추가됐어요, 무엇보다 ‘자기검열’을 하지 않고 마음껏 재편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파이널 컷’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했던 안희정 충남지사 등 참모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촛불시위와 국회 탄핵안 상정 장면 등이 담겼다. 두 무현 중 한 사람으로, 2016년 ‘노무현 정신’을 내걸고 여수에 출마했던 고 백무현 화백의 유세 모습 등도 더 많이 추가됐다. 얼개는 그대로지만 스토리텔링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탄핵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10월 버전엔 문재인 대통령 모습을 담을 수 없었어요. 더민주 의원들이 배급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마당이니 편파성 시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엄혹한 시대’에 기획돼 탄핵정국 전 개봉했던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용감한 영화’로 불렸다. 영화를 기획한 조은성 피디와 출연자 상당수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땐 정말 뭘 몰라서 용감했던 거 같아요.” 그 무모한 용기 덕분에 영화가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의 덕을 본 것도 사실 아닐까? “아,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당시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그런데 촛불시위가 금·토·일요일에 집중적으로 열렸잖아요. 영화는 그 시간이 프라임타임이거든요. 극장 가는 대신 촛불시위 가는 관객이 많았어요. 하하하.”

‘파이널 컷’ 버전이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사이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해 185만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노무현 콘텐츠’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원래 5월에 파이널 컷을 개봉하려 했는데 <노무현입니다>와 겹쳐 시기를 미루게 됐어요. 인간인 이상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하하. 흥행이 샘났다기보단 우리 영화 때는 꿈쩍도 않던 멀티플렉스들이 앞다퉈 스크린을 열어주는 것이 부러웠어요. 진짜 세상이 디비졌구나 싶었죠.”

<노무현입니다>와 비교당하며 ‘시류에 편승한다’는 눈총을 받을까 걱정도 됐다. “<노무현입니다>가 노 전 대통령의 가장 빛나는 시절에 대한 기록이라면,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좌절과 실패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죠. 하지만 부산에서의 실패가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과 함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되어요. 그런 측면에서 두 영화는 연장선에 있기도 하죠.”

무엇보다 전 감독을 괴롭힌 것은 손익분기점을 넘긴 10월 버전에서 단 한 푼의 수익도 건질 수 없어 고마운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겼다는 죄책감이었다. 배급사 관계자가 3억여원의 수익금을 떼어먹고 ‘잠수’를 탔기 때문이다. 현재 법정소송 진행 중이다. “홍보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일반인 3137명이 참여를 했어요. 그 고마운 ‘마음’을 훔쳐 달아난 거죠. 관객과 노무현재단에 면목이 없어 사실을 밝히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꼬박 7년이 넘게 ‘노무현’에 묶여 있던 마음을 ‘파이널 컷’ 개봉을 계기로 내려놓고 싶다는 전 감독. 다음 작품은 극영화가 될 거라고 귀띔했다. 세월호 사건과 동일본 대지진의 교집합을 통해 한·일 양국의 상처를 짚어보는 내용이란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에도 나왔던, 노무현의 사진사 장철영씨 이야기를 다루는 극영화도 만들고 싶은데…. 이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내려놓고 싶다는 바람만큼이나 전 감독은 ‘노무현’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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