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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도쿄타워’ 에쿠니의 감성 잡힐듯 말듯

등록 2005-11-23 17:21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 타워>를 영화로 만난다. 스토리보다는 느낌이 남고, 결말보다는 과정이 분절적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꽤나 ‘에쿠니’적이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잡히지 않는 감성 대사만 지나치게 좇게 되어있어 어느 순간부터 다소 지루하고 피로해진다.

18살 도오루가 한 파티에서 어머니의 친구 시후미를 만난다. 시후미는 그를 보자마자 깊은 눈으로 감탄하듯 내뱉는다. “음악적으로 생겼네요.” 그렇게 40대에 들어서는 유부녀의 사랑도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원체 시후미는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라고 말해온 이다.

에쿠리는 메마른 듯하면서도 세련되고 정확하게 감성을 낚아내는 문체를 자랑한다. 영화 역시 거기에 빚지고 있다. 그러나 소설 <도쿄 타워>를 영화로 보는 진짜 매력은 카메라에 투영된 도쿄에 있다. 비에 젖는 도쿄 타워는 도쿄의 어떤 사랑이든 연원을 따져묻지 않고 응원한다는 듯, 넉넉하고도 애잔한 품새로 서있다.

“사람이 주변에 내뿜는 냄새,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는 사후미가 마흔한 살이 되고, 도오루가 스물한 살이 될 때도 그들은 사랑을 하고, 도쿄 타워 또한 사랑으로 기쁜 자의 것이 되거나 슬픈 자의 것이 되기도 하며 그 자리를 지킨다.

삶을 걸고 시후미를 사랑하는 도오루, 장난처럼 유부녀와의 사랑을 탐닉하는 고지(도오루의 고교 친구). 잘난 남편의 품안에서 삶이 지탱되기에 도오루의 사랑으로부터 한발 물러선 시후미, 아내나 며느리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고지와의 연애에 무섭게 몰입하는 기미코. 도쿄 타워는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더 낯선 불륜과 더 불완전한 사랑을 그려왔던 에쿠니의 다른 작품에 견주면, <도쿄 타워>는 차라리 통속적이고 상투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통제 가능한 미소년을 통해 한 여성(기미코)은 해방되어 가거나, 한 여성(시후미)은 20대의 사랑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도드라지면서, 작위적 느낌도 떨떠름하게 남는다.

웬만한 20대보다 더 빼어난 젊음을 자랑하는 구로키 히토미(45·시후미)와 일본 댄스그룹 브이식스(V6)의 멤버로 데뷔한 오카다 준이치(25·도오루)는 실제로도 20살 차이가 난다. 에쿠니의 다른 작품 <따뜻한 접시>를 드라마화해 인기를 끌었던 미나모토 다카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3일 개봉.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스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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