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다섯은 너무 많아’ 가족주의 틀 깨다 경쾌하게

등록 2005-11-23 18:07수정 2005-11-24 16:36

안슬기 감독 인터뷰

<다섯은 너무 많아>라는 제목은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70년대 가족계획 표어를 연상시킨다. 25일 전국 개봉하는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의 포스터에도 당시의 가족계획 포스터처럼 네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차이라면 등장인물들이 그다지 가족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가족에서 밀려나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기이한 인연으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경쾌하고 발랄하게 핏줄 이데올로기와 가족주의 판타지를 깬다.

장편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를 만든 안슬기(35) 감독은 현역 고등학교 수학 교사다.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집으로 전화를 하면 의외로 무심한 부모들이 꽤 있었다”는 학생지도 경험이 가족이라는 소재를 영화로 만드는 데 배경이 됐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눈물과 화해로 그 안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영화들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가족이 채워준다고 생각했던 걸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대안 가족이라기 보다는 같은 핏줄이 아닌 사람들간의 느슨한 연대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연출의도다. 마지막 장면을 영화 초반 시내(조시내)의 단칸방에 들어왔던 소년 동규(유형근)와 연변처녀 영희, 영희를 짝사랑하던 분식점 주인 만수가 각자 자신의 삶터로 돌아갔다가 1년 뒤 조우하는 것으로 그린 이유이기도 하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6000만원의 예산으로 완성한 디지털 독립영화지만 흔히 ‘저예산’‘독립’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갈 때 어쩐지 예상되는 ‘고독한 작가주의’가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 시내 일행이 영희에게 임금체불하던 만수나 동규를 괴롭히던 친구들에게 일사분란하게 복수를 감행하는 모습에는 장난기가 가득하고, 영화의 곳곳에는 장르영화의 컨벤션들이 잘 버무려져있다. “독립영화계에서 ‘대중영화로 돌아선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독립영화인데도 재미있다’는 식의 홍보 카피를 보면 마음이 찔리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그는 “왕자웨이의 영화들이나 <세븐>처럼 잘 만든 상업영화를 좋아해온 성향이 영화를 만드는데 분명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섯은 너무 많아>의 복수장면에서도 관객들이 통쾌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어린 시절 교외지도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 다니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지만 “영화관 갈 용기는 내지 못했다”가 첫 학교에 발령을 받은 다음해인 99년 한겨레문화센터의 영화제작학교에 등록하면서 영화만들기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디지털장편 사전제작지원 공모에 당선돼 1900만원을 지원받아 겨울방학을 이용해 이 작품을 찍었다. 방학이 되기 전 자신은 따뜻한 교실에서 수업할 때 “그 추위에 달동네 헌팅 다니고 냉골방에서 촬영 세팅하느라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지금도 미안하다”고. 전주와 부산영화제를 거쳐 개봉을 앞둔 지금 영화사들에서 간간이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있지만 당분간 감독 겸 교사라는 겸업체제를 이어갈 생각이다. “이 영화 만들면서 대출받은 돈도 있고(웃음). 학교내 영화제작 동아리 지도나 교사 대상 영상 미디어 교육 등에 참가하는 것도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는게 그 이유. “상업영화판에 들어가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갈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도 크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안녕, 사요나라>와 함께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위원회의 첫번째 배급작이다. 씨네코아와 상암, 강변 씨지브이 등 전국 7개관에서 개봉한다.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