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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얼굴 없는 열연…‘강철비’의 ‘권력1호’는 누구?

등록 2017-12-18 19:19수정 2017-12-18 20:43

-소소한 궁금증-
극중 내내 ‘누워있는 연기’ 일관
리얼리티 위해 얼굴 노출 안해
“더미(촬영용 마네킹)인가? 사람(배우)인가?”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160만명을 돌파한 <강철비>를 본 관객이라면 ‘북한 권력1호’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가질 법하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남한으로 넘어오면서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북 권력 1호’는 초반 개성공단에서 북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멀리서 카메라에 잡힐 뿐, 러닝타임 내내 얼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주말 <강철비>를 봤다는 이승호(32)씨는 “친구들과 ‘권력1호’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을 했지만, 포털의 영화 정보 등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어 궁금증만 더해졌다”고 말했다.

<강철비>의 한 장면. 정우성이 지키고 있는, 저 수술대 위의 인물이 바로 ‘북한 권력 1호’다. 뉴(NEW) 제공
<강철비>의 한 장면. 정우성이 지키고 있는, 저 수술대 위의 인물이 바로 ‘북한 권력 1호’다. 뉴(NEW) 제공
영화 속 ‘권력1호’는 배우가 연기한 것이 맞다. 심지어 깐깐한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 ‘권력1호’를 연기한 사람은 데뷔 6년 차 배우 최성환(35)씨. 최씨는 그동안 <그놈이다>, <불한당> 등의 영화와 <반짝반짝 빛나는>, <앵그리맘>, <야왕> 등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지인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러 간 그는 “권력1호의 걸음걸이, 손을 흔들며 차에서 내리는 모습 등을 연기해보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일단 덩치가 비슷해 유리했고, 유튜브 등을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한 점이 합격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99% 조폭 역할을 맡았는데, 권력자 배역에 합격해 너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캐스팅은 곧 고난의 시작이었다. 평소 105~110㎏ 정도 나갔던 최씨는 “권력1호는 좀 더 살집이 있다”는 양우석 감독의 주문에 따라 한 달 만에 몸무게를 139㎏까지 불려야 했다. “매일 탄산음료 3병씩을 마시고, 틈틈이 초코파이를 10여개씩 먹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짧은 시간 내에 30㎏을 찌우니 조금만 움직여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촬영 내내 먹는 것과의 사투를 벌였다고 보면 됩니다. 하하하.” 고생담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는 “정작 고생한 사람은 더운 여름에 거구인 저를 둘러업고 다녀야 했던 (정)우성이 형님”이라며 미안해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배우의 얼굴이 왜 영화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을까? 제작사인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선영 대표는 “시나리오 회의 때부터 양 감독이 권력1호의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얼굴인데, 자칫 배우의 얼굴이 노출될 경우, 영화적 리얼리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최씨는 촬영 전까지 얼굴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오디션 볼 때 얼굴 없는 배역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중요치 않다. 나는 내 나름의 연기를 펼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은 ‘부동자세로 누워있는 연기’였지만 절대 수월하지는 않았다. “촬영 내내 배를 내밀고 있어야 했는데, 숨이 고르게 쉬어지지 않아 몇 번이나 엔지(NG)를 냈다. 또 추돌로 차가 전복되는 장면에선 멀미가 나 혼났다”고 했다. 총상을 연출하기 위해 머리에 특수분장을 했는데 나중에 떨어지지 않아 잔털이 다 뽑히는 고통을 맛보기도 했단다.

최씨는 “배에 문신이 있어 수술 장면에서 대역을 써야 했는데, 두고두고 감독님과 스태프에게 미안했다”며 “관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단역배우와 스태프의 노고를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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