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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단독] 멋대로 약속한 상금 깎은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

등록 2017-12-19 13:23수정 2017-12-19 20:26

2017 SICAF, 일부 수상자들에게 30~50% 지급
감독들과 사전협의 없이 DVD 제작도
감독들 “창작자에 대한 예의없음에 당혹”
관계자 “비용 많이 들어 내부회의서 조정”
6억여원 후원한 서울시 “상식 이하 행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포스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포스터.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시카프·SICAF)이 수상자들에게 애초 공고보다 적은 상금을 지급하고, 감독들 동의없이 수상작 디브이디(DVD)를 제작하는 등 주먹구구식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올해 21회를 맞은 시카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명예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해엔 서울특별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각각 6억3천만원, 1억1천여만원을 지원받았다.

19일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카프는 지난 5월 누리집 등에 공개한 출품규약을 통해 ‘장편 그랑프리 700만원, 단편 그랑프리 500만원, 학생부문 그랑프리 200만원 등 모두 21명의 감독에게 100만~7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겠다’고 공고를 냈다. 하지만 영화제(7월26~30일)가 끝난 지 한 달여 뒤인 지난 9월 초 시카프 쪽이 일부 수상자에게 지급한 상금은 약속 상금의 30~50%에 불과했다. 심지어 시카프 쪽은 감독들에게 어떠한 사전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상금 100만원이 예정됐던 ㄱ감독은 “받기로 했던 금액의 50%를 밑도는 48만여원이 9월7일자로 통장에 입금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전화조차 없었다. ‘창작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행태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카프 2017 장편 그랑프리 수상작인 알리 누리 오스코우에이 감독의 <릴리즈 프롬 헤븐>. 시카프 누리집 갈무리
시카프 2017 장편 그랑프리 수상작인 알리 누리 오스코우에이 감독의 <릴리즈 프롬 헤븐>. 시카프 누리집 갈무리
일부 감독은 상금 축소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ㄴ감독은 “예정 상금 200만원이 아닌 67만여원이 찍힌 통장을 보고 당시 시카프에 문의를 했더니 ‘예산이 줄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화가 났지만 외부로 알리지 않은 것은 그나마 몇 개 안 되는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인데 흠집을 내는 것이 내 얼굴에 침뱉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자, 시카프는 수상작 감독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예산이 줄어 상금을 축소했다”는 시카프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제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서울시 관계자는 “전년보다 예산이 조금 줄었지만, 2017년 예산은 전년도 12월에 이미 다 확정되기 때문에 7월에 열린 시카프가 예산 축소를 이유로 갑자기 상금을 깎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상금을 적게 지급하고 설명조차 없었다는 것도 상식 이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카프 김기영 사무국장은 “영화제 준비에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 내부 회의를 통해 상금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국제 행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장편 그랑프리는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금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상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2017 시카프 행사사진. 시카프 트위터 갈무리
2017 시카프 행사사진. 시카프 트위터 갈무리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시카프가 되레 감독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카프는 감독들과 사전 협의 없이 다량의 수상작 디브이디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시카프가 제작한 ‘2016년 수상작 디브이디 세트’는 확인된 것만 1000여장에 이른다. 또 시카프는 외부에서 두 차례 수상작 상영회를 열고도 해당 감독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시카프 조인범 프로그래머는 “배급 권한을 가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 협의가 안 돼 디브이디를 제작만 해 놓고 배포는 하지 않았다”며 “상영회의 경우 출품규약에 ‘영화제 홍보에 수상작을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계약 위반은 아니다. 다만,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은 배려가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유진 KIAFA 사무국장은 “20년 역사의 국제적 영화제가 출품규약만을 근거로 자신들의 의무는 축소시키고, 창작자의 권리만 가져가려는 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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