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페이스>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한치한(以寒治寒)!!!’
31일 개봉하는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가 전면에 내세운 광고문구다.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영화로 추위를 이겨내자”는 다소 낯선 제안인 셈이다. ‘공포영화=여름’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가을 공포’, ‘봄 공포’가 유행하더니 이젠 ‘공포영화의 사각지대’였던 겨울에도 속속 개봉하는 양상이다. 충무로에서 ‘사철 공포’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올해도 연초부터 <레더페이스>(25일 개봉), <인시디어스4>(31일 개봉), <베러 와치 아웃>(2월8일 개봉) 등 3편의 공포영화가 관객을 찾아온다. 소재와 세부 장르도 각양각색이다.
<레더페이스>는 피와 살이 튀는 슬래셔(고어) 무비의 대명사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의 프리퀄이다. 사람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채 전기톱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레더페이스의 탄생 배경을 다룬다. <인시디어스4>는 호러로 일가를 이룬 제임스 완 사단의 ‘하우스 호러’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다. 귀신 들린 가족을 구해내던 영매사 엘리스(린 셰이)가 어떻게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됐는지 그의 과거를 추적한다. 하우스 호러답게 안전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오는 전통 방식으로 관객의 심장을 조인다. <베러 와치 아웃>은 ‘호러판 나 홀로 집에’다. 크리스마스 전날 집에 홀로 남겨진 한 소년의 예측불허 핏빛 소동극을 다룬 ‘엔터테이닝 호러’를 내세웠다. 북미에선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그렇다면 대체 왜 계절을 잊은 공포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것일까? 공포영화가 개봉 시기를 옮기기 시작한 것은 사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수세적 전략’이었다. 여름 성수기, 한국 텐트폴 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 밀려 손익분기점도 맞추기 힘들어지자 공포영화는 개봉일을 늦추는 ‘가을 공포’ 전략을 택하기 시작했다. 2013년 늦여름 개봉해 가을 틈새시장을 강타했던 <숨바꼭질>(560만명), 같은 해 9월 개봉한 <컨저링>(226만명) 등이 성공 사례다. 개봉일을 아예 앞당기는 ‘봄 공포’ 전략도 등장했다. 2016년 5월 개봉한 한국 영화 <곡성>(688만명), 지난해 5월 개봉한 <겟 아웃>(213만여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엔 겨울을 공략하는 공포영화도 점차 늘고 있다. 2015년 11월 스크린에 걸린 <검은 사제들>(544만여명), 지난해 11월 개봉한 <해피 데스 데이>(138만여명) 등이 바로 ‘겨울 공포’ 전략이 적중한 사례다.
<인시디어스> 홍보사 관계자는 “비수기를 노리는 틈새 전략이 상대적으로 저예산인 공포영화에 훨씬 효율적이다. 공포영화는 대개 마니아 중심이기에 계절 특수보단 참신함과 만듦새, 이를 기반으로 한 입소문이 중요하다. 인종문제를 소재로 한 <겟 아웃>, 공포에 코믹 요소를 섞은 <해피 데스 데이>가 성공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러 와치 아웃>의 한 장면.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실제로 공포영화가 ‘사시사철 개봉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2010년과 2011년엔 여름에 개봉한 공포영화가 각각 전체의 46.1%와 42.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지만 2015년엔 32%, 2016년엔 29.3%까지 하락했다. 특히 2016년엔 봄(26.3%), 가을(24.0%), 겨울(20.4%)에 개봉한 공포영화의 비율이 여름(29.3%)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지욱 평론가는 “할리우드의 경우, 원래 공포영화가 연중 고르게 개봉한다. 영화 특성에 따라 크리스마스나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하는 마케팅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있을 뿐 특정 시즌을 공략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성수기 영화시장이 대작 위주로 재편되면서 소규모 장르물인 공포영화는 자연스레 사계절 내내 개봉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