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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꿈·사랑·가족…명절엔 역시 훈훈한 얘기지

등록 2018-02-14 16:52수정 2018-02-14 20:17

[설 특집-볼만한 개봉영화]
‘대작’ 영화만 맛인가
동화 같은 모험에 울고 웃고
익숙한 스토리 뒤집어보는 재미
감동 실화에 가슴까지 먹먹
2018년 흥행의 첫 가늠자가 될 설 연휴 대전은 일찌감치 대진표를 확정하며 이미 달아올랐다. 마블이 내놓은 첫 블랙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 잘생긴 강동원이 열일하는 <골든 슬럼버>, 환상의 콤비 김명민·오달수의 사극 코미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까지…. 하지만 설 명절이라고 떡국과 산적만 먹을 순 없는 법. 삼색나물, 잡채, 강정 등 다양한 상차림처럼 영화계에도 까다로운 관객의 입맛을 공략할 다양한 영화가 준비돼 있다.

영화 <패딩턴2>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제공
영화 <패딩턴2>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제공
■ 곰돌이 매력에 심쿵 <패딩턴2> 1편(2015)보다 업그레이드된 매력으로 돌아온 마성의 곰 <패딩턴2>는 남녀노소 모두를 ‘심쿵’하게 만들 복병이다. 1편이 패딩턴이 런던으로 와 진정한 브라운 가족 구성원이 되기까지를 그렸다면, 2편은 위기에 처한 패딩턴을 구하기 위한 브라운 가족과 친구들의 협심을 다룬다.

패딩턴은 루시 숙모의 100살 생일선물로 찍어둔 ‘런던 팝업북’을 선물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다. 숙모에게 책으로나마 런던의 명소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첫 일자리인 이발소에서 ‘세상의 쓴맛’을 본 패딩턴. 굴하지 않고 창문 닦이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은다. 하지만 선물을 사기 전날 밤, 도난 사건이 벌어진다. 패딩턴이 뒤를 쫓던 범인은 사라지고 패딩턴은 용의자로 지목돼 감옥에 가게 된다. 진짜 도둑은 한물간 연극배우 피닉스(휴 그랜트). 팝업북이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가리키는 단서임을 알아채고 이를 훔친 피닉스를 브라운 가족이 뒤쫓는다.

영화 <패딩턴2>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제공
영화 <패딩턴2>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제공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이도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감옥에서도 마멀레이드 만드는 비법으로 모두를 친구로 만드는 패딩턴의 재주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휴 그랜트의 망가진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1인극을 바탕으로 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며 ‘밉지 않은 악역’을 알맞게 소화해낸다. 이발소 보조, 창문 닦이, 수감자로 ‘신분’이 변해가는 동안 패딩턴이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포복절도하게 만들 법하다. 팝업북을 통해 만나는 정겹고 아름다운 런던의 모습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영화 <흥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흥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고 김주혁 온기 숨쉬는 <흥부> 고 김주혁의 생전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는 ‘발상의 전환’이 참신한 영화다.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전’을 비틀어 흥부전을 쓴 작가가 바로 흥부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민란의 와중에 형과 헤어진 흥부(정우)는 이름을 드높여 형 놀부(진구)를 만나기 위해 ‘야한 통속소설’의 대가가 된다. 그는 형을 찾아 나섰다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조혁(김주혁)을 만난다. 조혁에게는 출세에 눈먼 형 조항리(정진영)가 있다. 영화는 흥부가 조혁과 조항리라는 두 형제를 관찰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흥부는 이 두 형제를 주인공 삼아 조선을 뒤흔드는 <흥부전>을 집필하게 된다.

영화 <흥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흥부>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흥부>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내용을 결합한 ‘팩션’의 매력을 뽐낸다. 흥부와 놀부 형제를 헤어지게 한 홍경래의 난, 어머니의 수렴청정을 받는 어리고 힘없는 임금 헌종, 조선 후기 예언서이자 금서였던 정감록 등 실제 당대의 사건과 소재를 흥부전 집필 과정이라는 뼈대 속에 녹여낸다. 그 상상력의 확장성엔 박수를 쳐줄 만하다. 고 김주혁의 연기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별출연한 선출 역의 천우희, 우정출연한 놀부 역의 진구, 김삿갓 역의 정상훈 등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보너스다.

다만, 서사보다 메시지가 앞서는 점은 아쉽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을 구제하려는 조혁이 말하는 “꿈과 희망”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다. 꿈과 희망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것. 하지만 이 메시지를 굳이 대사를 통해 반복하다 보니 되레 힘이 빠진다.

영화 <오직 사랑뿐>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영화 <오직 사랑뿐>의 한 장면. 찬란 제공
■ 러브스토리 그 이상 <오직 사랑뿐>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40년대, 갖은 위협 속에서도 국가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 베추아날란드(보츠와나 공화국) 초대 대통령 세레체(데이비드 오옐러워)와 그의 아내이자 아프리카 최초 백인 퍼스트레이디 루스(로저먼드 파이크)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실화 영화다.

베추아날란드의 통치자로 국가를 운영해야 할 왕족 세레체와 평범한 영국 타이피스트 루스는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인종차별뿐 아니라 제국주의 이권 다툼의 거대한 장이 됐던 베추아날란드는 특히 옆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시작된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위협받고 있었다. 영국은 “인접국과 외교분쟁”을 우려해 루스와 세레체를 갈라놓으려 한다. 세레체의 숙부와 가족들 역시 그가 통치자로서 부적격하다고 공격하고 결국 국외로 추방하면서 부부는 헤어지게 된다.

영화 <오직 사랑뿐>의 한 장면. 찬란 제공
영화 <오직 사랑뿐>의 한 장면. 찬란 제공
하지만 베추아날란드에 홀로 남은 루스는 혼자 출산을 하면서 강인한 엄마이자 진정한 퍼스트레이디로 거듭난다. 루스가 아프리카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되는 과정, 그리고 세레체가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민주공화정을 선포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왜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정치적 역경과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되, 그 서사에 매몰되지 않고 더 큰 사랑, 즉 평등과 정의, 인도주의로 시선을 확장하는 점이 새롭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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