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후보작 3편 잇따라 개봉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본질 그린 어른 위한 판타지
감각적 연출 빛나…13개부문 후보작
더 포스트
워싱턴포스트 실화로 언론 ‘사명’ 그려
메릴 스트립 ‘여성 편집인’ 연기 눈길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이 눈에 비친 자본주의의 그늘
관객 눈물 쏙 빼는 아역배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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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에 비친 자본주의의 그늘
관객 눈물 쏙 빼는 아역배우 연기
봄바람을 타고 아카데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달 4일(현지시각)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로 국내 극장가에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무려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22일 개봉한 데 이어 작품상·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28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3월7일)가 국내 관객과 만난다. 과연 아카데미를 홀린 이들 영화는 국내 관객의 마음도 훔칠 수 있을까?
■ 다르게 보여도 결국 본질은 사랑 <셰이프 오브 워터>
미·소의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 항공우주센터 비밀 실험실에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물체가 반입된다. 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리사(샐리 호킨스)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이 생명체와 교감하게 되고 차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센터의 보안 책임자인 리처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괴생명체를 죽여서 해부하기로 하고, 이를 알아챈 엘리사는 괴생명체를 탈출시키기로 한다. 다소 수다스럽지만 마음씨 넓은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옆집에 사는 화가 자일스(리처드 젱킨스), 그리고 연구 담당자인 호프스테틀러 박사(마이클 스툴바그)가 엘리사를 돕는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판타지 로맨스이자 ‘어른을 위한 동화’다. 감독은 편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겉으로 다르게 보여도 결국 모든 사랑은 같은 모양’임을 말한다. 어떤 형체나 모양으로든 변할 수 있는 물처럼, 사랑도 어떤 모양이든 본질은 같은 것이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인 엘리사, 흑인인 젤다, 게이인 자일스의 ‘연대’를 통해 각종 차별이 난무하던 그 시대를 이겨내는 것도 결국 서로에 대한, 혹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엘리사 역의 샐리 호킨스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풍부하고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어두운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마치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야기 구조 등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감각적 연출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 세상에 은폐돼도 좋은 진실은 없다 <더 포스트>
1971년 베트남 전쟁의 진실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발굴해 보도하며 지방 중소지에서 일약 미국 유력지로 떠오른 <워싱턴 포스트>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 등 4명의 전임 대통령과 현직이었던 닉슨이 30년 동안 이길 가망성이 없는 베트남 전쟁에 추가 파병을 감행하기 위해 국민을 속였다는 사실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다. 이에 질세라 <워싱턴 포스트>도 고군분투 끝에 4천쪽이 넘는 이 문서를 손에 넣지만, 닉슨은 <뉴욕 타임스>의 기사가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후속보도를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세상에 은폐되어도 좋은 진실은 없다”는 소신을 가진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와 기자들은 이 문서를 추가로 폭로하고자 한다. 회사 이사들은 이 보도로 회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 경고하고, 결국 결정은 남편의 뒤를 이어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던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의 손에 넘겨진다.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의 사주지만, 그에 앞서 “가치 있는 기사를 보도해야 할 언론”의 사명을 믿는 캐서린은 역사를 뒤바꿀 결단을 하게 된다.
영화는 “진정한 국익이란 대체 무엇인가”, “권력을 견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언론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진다. 한편으론 여성 차별이 만연하던 시기,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자 최고의 언론사주로 기록된 캐서린 그레이엄의 페미니즘적 서사로 읽힐 수도 있겠다.
■ 아이의 눈에 비친 자본주의의 그늘 <플로리다 프로젝트>
디즈니랜드 맞은편, 극빈층이 모여 사는 모텔촌의 연보라색 건물 ‘매직 캐슬’에 사는 여섯살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 어린 나이에 임신해 무니를 낳은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테)는 하루살이 인생에 지쳐가지만, 아이는 그저 일상이 즐겁다. 모텔 2층 난간에서 주차된 차 유리창에 침 뱉는 놀이에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어른들에게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도, 모텔 매니저 바비(윌럼 더포)의 눈을 피해 두꺼비집을 내리는 것도, 폐허가 된 리조트 건물에 불을 피우는 것도 그저 ‘즐거운 놀이’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눈엔 그저 온통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무지개 같은 동화 나라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엄마 핼리는 모텔비를 내기 위해 건너편 화려한 디즈니랜드 근처 리조트를 돌며 행인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남의 물건에 손도 대고, 때론 성매매까지 하며 삶을 꾸린다. 영화는 자본주의가 빚어낸 현실의 핍진함을 날카롭게 헤집는 대신 그저 천진하지만 솔직한 무니의 눈으로 담담하게 현실의 뒷모습을 쫓는다.
시종일관 재잘거리며 명랑하다 막판에 눈물을 쏙 빼는 압도적 연기를 펼친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는 실로 ‘연기 천재’라 부를 만하다. 무니 모녀를 바라보는 윌럼 더포의 애잔한 눈빛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이폰으로 찍은 전작 <탠저린>으로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숀 베이커 감독의 작품은 이 영화에서 똑 부러진 결말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무니와 친구가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 안을 달리는 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클로징보다 더 관객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더 포스트>의 한 장면.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 제공
<더 포스트>의 한 장면.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 제공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제공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제공
■ 아카데미 관전 포인트
1. 21회 노미네이트 기록 메릴 스트립, 4번째 수상할까?
90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더 포스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은 총 21회 노미네이트 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영화에서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샐리 호킨스 등과 여우주연상을 놓고 겨룬다. 이번에 수상한다면, 메릴 스트립은 4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돼 캐서린 헵번과 최다 수상자 타이기록의 영예도 안게 된다.
2. 최고령 플러머, 최단시간 촬영 수상 기록 세울까?
올해 노미네이트 된 최고령 배우는 <올 더 머니>로 남우조연상 후보가 된 크리스토퍼 플러머(89)다. 그는 이 영화에서 유괴된 손자의 몸값 지급을 거절한 갑부 게티 역을 맡았다. 원래 케빈 스페이시가 캐스팅돼 촬영을 마쳤으나 ‘미투 운동’으로 하차하면서 대타로 투입됐다. 촬영기간은 단 9일. 그가 수상한다면 최단시간 촬영으로 오스카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3. 여성·흑인 감독상 수상자 나올까?
고교생활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성장 로맨스 <레이디 버드>로 감독 데뷔를 한 배우 그레타 거윅은 90년 오스카 역사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5번째 여성이 됐다. 앞선 4명 중 감독상 수상자는 <허트 로커>(2008)의 캐스린 비글로가 유일하다.
공포영화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 오른 5번째 흑인 감독이다. 수상할 경우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감독상 수상자가 탄생하게 된다.
4. 아카데미 복 없는 배우·감독 징크스 깰까?
<인터스텔라>(2014), <인셉션>(2010)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그간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덩케르크>로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에 오른 그가 수상을 할지도 관심사다.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맡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게리 올드먼 역시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다. 그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로 한 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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