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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4관왕 휩쓴 ‘셰이프 오브 워터’…이변은 없었다

등록 2018-03-05 19:07수정 2018-03-05 21:09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트럼프 ‘반이민 정책’ 우회 비판
작품·감독·미술·음악상 휩쓸어
‘덩케르크’는 편집상 등 3관왕
인종차별 다룬 ‘겟아웃’ 각본상

형형색색 수놓은 레드카펫
“와인스타인 축출” 선언으로 개막
할리우드서 #미투운동은 현재진행형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기예르도 델 토로 감독이 오스카상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기예르도 델 토로 감독이 오스카상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하비 와인스틴을 축출했다. 더 이상은 나쁜 일이 없어야 할 것 같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굉장히 용감한 분들께서 목소리를 내주셨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5일(현지시각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막을 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로 성추문에 휘말린 하비 와인스틴을 직접 거명한 사회자 지미 키멜의 말로 시작됐다. 검은 드레스의 물결은 없었지만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현재진행형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앞서 열린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풍경과는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형형색색의 드레스로 레드카펫을 수놓았다. 다만 몇몇 배우들은 드레스 위에 ‘타임즈 업’ 배지를 달기도 했다. ‘미투 운동’을 처음 시작한 멤버 중 한 명인 타라나 버크는 <에이피>(AP) 통신에 “즐거운 행사이고 여기는 축하하는 자리다. 드레스코드는 필요 없다”며 “우리의 운동이 지난 6개월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축하하는 것이기도 하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왼쪽부터), 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앨리슨 재니는 <아이 토냐>로 여우조연상을, 게리 올드먼은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왼쪽부터), 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앨리슨 재니는 <아이 토냐>로 여우조연상을, 게리 올드먼은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지난해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전통대로라면 올해 여우주연상 시상에 나서야 했을 케이시 애플렉은 성희롱 구설로 아카데미에 불참했다. 아카데미는 대리 시상자로 남성이 아닌 여배우 조디 포스터와 제니퍼 로런스를 택했다. 두 여배우에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모든 카테고리에 있는 여성 후보자들이 저와 함께 일어서 주시면 좋겠다”고 참석자들에게 요청한 뒤 “주변을 한번 둘러봐라. 우리 모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광을 모든 여성과 나누고 싶다는 의지로 읽히는 수상 소감이었다.

올해 오스카상 수상자들의 면면에는 이변이 없었다. 1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휩쓴 데 이어 미술상·음악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지하실험실에 들어온 괴생명체와 청소부 엘라이자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영화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도 이날 무대에 올라 “저는 멕시코 이민자이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영화의 멋진 점은 국경을 없앤다는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아카데미 감독상에 불어닥친 ‘멕시코 열풍’은 계승됐다. 2014년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2015년과 2016년 각각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의 영예를 안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모두 멕시코 출신이다.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을 연기했다. 손짓과 목소리, 말투는 물론 특수분장을 통해 완벽하게 처칠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리 올드먼은 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하는 등 그동안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을 연기했다. 손짓과 목소리, 말투는 물론 특수분장을 통해 완벽하게 처칠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리 올드먼은 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하는 등 그동안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남녀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수상했다. 남녀조연상은 <쓰리 빌보드> 샘 록웰과 <아이, 토냐> 앨리슨 재니가 받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덩케르크>는 편집상·음향편집상·음향믹싱상 등 기술 부문에서 3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인종차별, 성소수자 등의 소재를 다뤄 후보에 오른 의미가 남달랐던 <겟 아웃>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각각 각본상과 각색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부분은 예상대로 <코코>가 주제가상·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쓸어담으며, 디즈니에 6년 연속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제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큰 틀에서는 ‘이변이 없는 결과’라는 평을 받았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주목할만한 결과들이 여럿 있다. <한겨레>가 올해 ‘의미 있는 오스카상 수상작’을 꼽아봤다.

① 각본상 받은 저예산 공포영화 <겟 아웃>

이번 시상식에서 작은 이변으로 꼽히는 결과는 저예산 공포영화인 <겟 아웃>이 각본상을 받은 것이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색채상 호러 영화가 후보 목록에 오르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겟 아웃>은 미스터리 호러물로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영화로서는 독특하게 ‘인종차별’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누적 관객 약 213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제작·각본·감독까지 1인 3역을 맡은 조던 필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 영화는 제게 큰 의미가 있다. 20번이나 (영화화가) 중단됐지만, 계속 시도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좋아하고 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② <블레이드 러너 2049> 로저 디킨스의 13전14기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로저 디킨스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13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도전 끝에 ‘13전14기’의 신화를 이룩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 목록을 보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뷰티풀 마인드>, <시카리오> 등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에서 촬영감독을 맡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3년 영화를 리부트한 작품으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가 자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오래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저 디킨스는 수상소감에서 “저는 저의 일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해왔다.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카메라, 앞뒤에서 말이다. 팀의 노력 덕분이었다”며 함께 작품을 만든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③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각색상, 89살 제임스 아이보리 최고령 수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제임스 아이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 작품은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17세 소년 엘리오와 그의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 24세 올리버와의 가슴 저릿한 첫사랑을 그렸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상 후보에 올라 초반부터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동성애든 아니든 첫사랑은 모두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④ <디어 바스켓볼>로 단편 애니 작품상,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은 <디어 바스켓볼>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글렌 킨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 선언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러닝타임 6분짜리 단편으로 어린 브라이언트와 성인 브라이언트가 등장해 농구 인생을 되짚는 내용이다. 시상대에 오른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선수니까 그냥 드리블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영예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공동 제작자인 글렌 킨 감독은 “좋은 글을 써준 코비 브라이언트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996-97시즌 엔비에이(NBA)에 데뷔해 20시즌 동안 올스타 18회, 우승 5회, 파이널 MVP 2회, 정규 시즌 MVP 1회 수상 경력을 남긴 전설적인 농구선수다. 이제 그에게 ‘아카데미상 수상자’라는 이색적인 경력이 한 줄 추가됐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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