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트럼프 ‘반이민 정책’ 우회 비판
작품·감독·미술·음악상 휩쓸어
‘덩케르크’는 편집상 등 3관왕
인종차별 다룬 ‘겟아웃’ 각본상
형형색색 수놓은 레드카펫
“와인스타인 축출” 선언으로 개막
할리우드서 #미투운동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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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기예르도 델 토로 감독이 오스카상을 들어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쓰리 빌보드>의 샘 록웰(왼쪽부터), 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각각 돌아갔다. 앨리슨 재니는 <아이 토냐>로 여우조연상을, 게리 올드먼은 <다키스트 아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을 연기했다. 손짓과 목소리, 말투는 물론 특수분장을 통해 완벽하게 처칠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리 올드먼은 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하는 등 그동안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제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큰 틀에서는 ‘이변이 없는 결과’라는 평을 받았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주목할만한 결과들이 여럿 있다. <한겨레>가 올해 ‘의미 있는 오스카상 수상작’을 꼽아봤다.
① 각본상 받은 저예산 공포영화 <겟 아웃>
이번 시상식에서 작은 이변으로 꼽히는 결과는 저예산 공포영화인 <겟 아웃>이 각본상을 받은 것이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색채상 호러 영화가 후보 목록에 오르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겟 아웃>은 미스터리 호러물로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영화로서는 독특하게 ‘인종차별’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누적 관객 약 213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제작·각본·감독까지 1인 3역을 맡은 조던 필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 영화는 제게 큰 의미가 있다. 20번이나 (영화화가) 중단됐지만, 계속 시도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좋아하고 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② <블레이드 러너 2049> 로저 디킨스의 13전14기
<블레이드 러너 2049>의 로저 디킨스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까지 13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도전 끝에 ‘13전14기’의 신화를 이룩했다. 사실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 목록을 보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뷰티풀 마인드>, <시카리오> 등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에서 촬영감독을 맡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3년 영화를 리부트한 작품으로, 2049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가 자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오래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로저 디킨스는 수상소감에서 “저는 저의 일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해왔다.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카메라, 앞뒤에서 말이다. 팀의 노력 덕분이었다”며 함께 작품을 만든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③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각색상, 89살 제임스 아이보리 최고령 수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제임스 아이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 작품은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17세 소년 엘리오와 그의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 24세 올리버와의 가슴 저릿한 첫사랑을 그렸다.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상 후보에 올라 초반부터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동성애든 아니든 첫사랑은 모두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④ <디어 바스켓볼>로 단편 애니 작품상,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은 <디어 바스켓볼>의 코비 브라이언트와 글렌 킨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은퇴 선언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러닝타임 6분짜리 단편으로 어린 브라이언트와 성인 브라이언트가 등장해 농구 인생을 되짚는 내용이다. 시상대에 오른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선수니까 그냥 드리블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영예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공동 제작자인 글렌 킨 감독은 “좋은 글을 써준 코비 브라이언트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고 공을 돌렸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996-97시즌 엔비에이(NBA)에 데뷔해 20시즌 동안 올스타 18회, 우승 5회, 파이널 MVP 2회, 정규 시즌 MVP 1회 수상 경력을 남긴 전설적인 농구선수다. 이제 그에게 ‘아카데미상 수상자’라는 이색적인 경력이 한 줄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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