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실감난다는 건 이런 것, VR 영화가 온다

등록 2018-03-26 05:02수정 2018-03-26 07:57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작
60% VR…40%만 현실배경
레이싱 장면선 카레이서 기분
80년대 대중문화 코드도 매력
3D·4DX로 봐야 장점 살아

‘기억을 만나다’
곽경택 총괄·구범석 연출
세계 최초 4DX VR 기술구현
눈 돌리면 360도 화면 펼쳐져
한 공간에 들어간 느낌
무거운 고글·낮은 해상도는 한계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하면 게임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올봄 영화계의 화두는 가상현실이다. 세계적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가상현실을 전면에 내세운 세계 최초 가상현실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을 들고 찾아왔고, 곽경택 감독은 ‘VR 콘텐츠 아트 디렉터’ 구범석 감독과 함께 세계 최초로 4DXVR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선보인다. 기술의 진보로 탄생한 새로운 문법의 영화가 관객의 구미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디지털로 보여준 아날로그에 대한 헌사 ‘로그인하는 순간,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스필버그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28일 개봉)이 내세운 이 헤드 카피는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레디…>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고 관객에게 “영화에 접속해 게임에 참여하라”고 유혹한다.

2045년. 닭장처럼 켜켜이 쌓아 올린 빈민촌 컨테이너 안에서 사람들은 고글을 쓰고 게임에 몰두한다. 암울한 현실을 잊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게임은 가상현실 오아시스. 누구든 원하는 아바타 캐릭터로 “식사·잠·용변을 빼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계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일런스)가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이스터에그(게임 개발자가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모두 찾아 열쇠 3개를 획득한 사람에게 오아시스 소유권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진다. 힌트는 할리데이가 사랑했던 80년대 대중문화 속에 있다. 할리데이를 선망하던 소년 웨이드 와츠(타이 셰리던) 역시 미션에 도전하고, 우여곡절 끝에 첫번째 열쇠를 손에 넣는다. 그러자 대기업 아이오아이(IOI)가 열쇠를 가로채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웨이드를 추격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레디…>는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베스트소설(2011)을 원작으로 한다. 세계 최초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만큼 영화의 60%는 가상현실, 40%만이 현실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시각효과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토탈 리콜>, <매트릭스> 등 가상현실을 다룬 기존 작품과의 차이점도 여기 있다. 특히 극 초반 펼쳐지는 레이싱 장면에선 관객이 직접 레이싱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빌딩숲 사이로 ‘킹콩’이 쫓아오고 <쥬라기 공원> 속 ‘티렉스’가 울부짖으며 경주용 자동차를 때려 부순다. 스릴을 배가하기 위해 스필버그는 모션 캡처, 라이브 액션,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온갖 기술을 이용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또 다른 매력은 영화에 녹아든 80년대 대중문화 코드다. 건담, 조커, 처키, 프레디, 라라 크로프트, 춘리 등 이 시대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반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샤이닝>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은 점도 인상적이다. ‘점프’, ‘테이크 온 미’,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 등 올드팝도 귀를 사로잡는다. 스필버그가 숨겨둔 이스터에그라 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코드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시지 또한 분명하고 간결하다. 영화는 디지털 세계에 숨어 본모습을 감추고 직접 소통하지 않는 현대인의 삶을 꼬집으며 ‘현실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아이맥스나 3D, 4DX로 보면 영화의 장점을 더 즐길 수 있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카메라 앵글의 한계를 극복한 360도 화면 <레디…>가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세계 최초 4DXVR 영화 <기억을 만나다>(31일 개봉)는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한 영화다.

상영시간이 38분인 이 작품은 뮤지션을 꿈꾸는 우진(김정현)과 연기를 하는 연수(서예지)의 사랑 이야기다. 플롯이야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360도 시야각으로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VR과 4DX의 만남은 신선하다. 고글형 장비를 쓰고 고개를 돌리면 좌우 360도 상황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오감체험 4DX 기술까지 얹었으니 영화를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진이 버스에 올라타면 관객의 의자가 덜컹거린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버스 기사의 모습이, 오른쪽으로 돌리니 반대편 승객이 눈에 들어온다. 창밖엔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우진과 연수의 통화 장면이다. 우진의 방을 비추던 화면이 점차 뒤로 물러나더니 아래쪽에 연수의 방이 나타난다. 나머지 부분은 우주공간으로 변하고 은하계 별들이 쏟아진다.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복판에 선 느낌이다.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VR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눈을 돌리는 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각도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면 자칫 멀미가 날 수도. 총괄 디렉터인 곽경택 감독은 “기존 영화는 관객이 정면의 스크린을 보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다. 그러나 VR영화는 공간 안에 함께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기존 영화 문법의 변형이 아닌, 아예 새 문법을 창조해야 하는 다른 매체”라고 설명했다. 액션·공포 등 체험을 극대화하는 장르 대신 로맨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구범석 감독은 “연출자로서 VR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의 교감이라 생각한다.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제 첫걸음을 뗀 4DXVR 영화는 극복해야 할 하드웨어적인 한계점도 많다. 360도 촬영을 하고 이를 연결해 화면을 구현하다 보니 해상도가 낮다. 고글 형태의 관람 장비가 주는 무게감과 불편함도 상당하다. 씨지브이(CGV)용산아이파크몰 4DX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값은 6천원.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