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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나, 1000대 1 뚫은 프로 연기자

등록 2018-03-29 05:01수정 2018-03-29 16:31

‘지만갑’ ‘운동회’ ‘덕구’ 등 아역
영화 책임지는 주인공으로 한몫

어마어마한 경쟁률 뚫은 실력파
성인 못잖은 몸값…억대 받기도

아이는 아이…이순재는 “그냥 할배”
앞니 빠지고 살 올라 CG·의상 교체도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라. 2018년 봄, 스크린은 이미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아역들 차지다. 성인 배우의 어린 시절을 잠시 연기하는 아역이 아니다. 아역배우가 온전히 극을 이끄는 ‘주인공’인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귀여운 외모에 어른 뺨치는 연기력까지 갖춘 아역의 활약에 관객은 한마디로 속수무책. 웃다가 자지러지고, 울다가 눈물·콧물이 뒤범벅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수안(손예진)과 우진(소지섭)의 아들 지호를 연기한 김지환(8)은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애절함을 명품연기로 표현해냈다. 그의 눈물 연기 덕에 <지만갑>은 개봉 2주 만에 2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2일 개봉한 <운동회>의 김수안(10)은 첫사랑을 사수하려는 투지에 불타는 승희로 변신해 당돌하고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덕구>에는 두 명의 아역이 출동한다. 덕구 역의 정지훈(11)과 덕희 역의 박지윤(6)은 부모님을 대신했던 할배(이순재)와의 코끝 찡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덕구>에서 덕구 역을 맡은 정지훈. 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에서 덕구 역을 맡은 정지훈. 영화사 두둥 제공.
■ 수백 대 일 경쟁률은 기본…캐스팅 비화

이들 아역배우는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실력자들이다. 지호 역의 김지환은 줄잡아 500~600명의 경쟁자를 물리쳤고, 덕구 역의 정지훈은 무려 1000대 1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지만갑> 이장훈 감독은 “전국 연기학원에 다니는 5~10살 아이들을 거의 다 살펴봤다. 3차 오디션까지 마친 뒤 손예진·소지섭씨와의 만남까지 거쳐 만장일치로 지환이를 선택했다”며 “지환이는 연기경험이 전무했는데, 그 때문인지 때 묻지 않고 아이다운 이미지가 강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회상했다. <덕구> 방수인 감독은 “당시 <미쓰와이프>에 출연한 지훈이를 추천받았는데,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내가 찾던 다문화가정 출신 ‘덕구’의 이미지가 아니라 거절했다”며 “이후 오디션에 참여한 1000여명 중 ‘이 아이다’라고 확신을 한 작고 까무잡잡한 아이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지훈이었다. 프로필 뽀샵이 너무 심해 동일인인 줄 몰라봤다”고 웃었다.

<덕구>에서 덕희로 출연한 박지윤. 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에서 덕희로 출연한 박지윤. 영화사 두둥 제공
반면, 김수안은 김진태 감독이 <운동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아예 주인공으로 점찍은 경우다. 김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고마워>의 스태프로 참여했을 때 3살이던 수안이를 만났는데, 그때도 ‘연기 천재’였다”며 “이후 인연을 이어오다 시나리오를 전달했더니 수안이가 ‘승희는 나랑 닮은 구석이 많다’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군함도>, <부산행>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김수안을 캐스팅하게 된 건 결국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감독의 선견지명 덕이었던 셈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들 지호 역을 맡은 김지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들 지호 역을 맡은 김지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어린아이라서”…이런 게 ‘복병’이 될 줄이야

아역배우와 촬영하다 보면 때론 상상치 못했던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지만갑> 이장훈 감독은 “촬영 도중 지환이가 ‘유치 갈이’를 했는데, 하필 앞니가 빠졌다. 부랴부랴 치과에 가서 모형니를 만들어 붙였는데, 촬영 기간이 길어지니 다시 이가 나기 시작해 모형이 안 맞아 고생했다”며 웃었다. 결국 후반 작업 때 지환이의 ‘이빨’을 컴퓨터그래픽 처리를 해야 했다고.

<덕구>의 박지윤은 촬영 도중 살이 너무 통통하게 올라 작아진 의상을 교체해야 했다. 방 감독은 “지윤이가 고기를 특히 좋아하는데(웃음), 영화 초반에 견줘 후반부를 보면 살이 쪘다는 걸 관객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촬영 도중 이순재 선생님이 지윤이를 안고 가는 장면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지윤이가 ‘내가 살이 쪄서 그렇다’며 자책을 많이 했다”고 폭소를 터뜨렸다. 지윤이는 또 이순재를 유명 배우가 아닌 영화 속 ‘할배’로 인식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방 감독은 “이순재 선생님이 촬영 도중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니, 지윤이가 ‘가난한 할배가 돈이 어딨느냐, 난 집에 가면 장난감 많으니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역배우가 있으면 촬영장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다. 이장훈 감독은 “일단 고성이나 욕설 등 아이 정서에 해로운 행동은 절대 할 수 없다. 또 아역배우는 스태프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기 때문에 촬영장을 놀이터처럼 여겨 촬영이 끝나도 집에 가기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운동회>에서 승희 역으로 깜찍한 연기를 선보인 김수안.  리틀빅픽쳐스 제공
<운동회>에서 승희 역으로 깜찍한 연기를 선보인 김수안. 리틀빅픽쳐스 제공
■ “나는 배우다”…어른보다 더 프로다운 아역

아역도 ‘직업의식’에선 성인 배우를 뛰어넘는다. <지만갑> 이장훈 감독은 터널 앞에서 지호가 엄마와 이별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비행기 소음 등 때문에 여러 번 재촬영을 해야 했다.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벌벌 떨면서도 지환이는 무사히 눈물 연기를 마쳤다. 이어 손예진씨 촬영 순서였는데, 그걸 보던 지환이가 다시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쏟더라”고 전했다.

<운동회>는 영하 5도를 넘나드는 한파에 겉옷을 입지 않고 촬영을 해야 했다. 김진태 감독은 “어른과 똑같이 간이 천막에 의지에 길바닥에서 먹고 자며 촬영을 했지만 수안이는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현장 경험이 많은 티가 났다”고 했다.

<덕구>의 정지훈은 경상도 사투리를 소화하면서 동시에 눈물 연기를 펼쳐야 했다. 밥 먹을 때도, 놀 때도 사투리를 쓰며 맹연습 했다. 방 감독은 1월 강추위 속 진행된 안산 거리 촬영을 떠올렸다. “대기시간엔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더니 10살짜리 지훈이가 ‘저는 밖에서 감정 잡을게요. 몸이 녹으면 감정이 깨질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관객의 눈물샘이 폭발하는 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지훈이는 단 한 번에 마쳤다.

투철한 프로의식이 빛나는 아역배우는 몸값도 성인 못지않다. <지만갑> 제작사 무비락 김재중 대표는 “아역은 성인 개런티의 절반인 줄 아는데, 아역도 경력에 따라 수천만 원~억 단위 출연료를 받기도 한다”며 “조연을 맡은 아역 출연자는 부모님을 대동해야 하므로 오히려 성인보다 출연료를 더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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