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등을 연출한 영화 감독 밀로스 포먼이 13일 미국 코네티컷주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그는 나치에 반대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아버지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고 한다. 그의 부모는 포먼이 여덟살 때 나치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에 매료됐던 그는 18살 프라하 영화 아카데미에 입학해 연출을 공부하고 1960년대부터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방수의 무도회>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나 사회주의 국가였던 체코에선 한동안 상영이 금지됐다. 1968년 소련군의 침공으로 ‘프라하의 봄’ 이 무참히 꺾이는 과정을 목도한 포먼은 미국으로 이주해 할리우드에서 일하게 됐고 1975년 켄 커시의 소설을 각색한 <뻐꾸기 동지 위로 날아간 새>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잭 니컬슨과 루이즈 플레처가 출연한 이 영화로 그는 최우수감독상 등 오스카상에서 5개 분야의 트로피를 수상했고, 1984년엔 ‘영원한 2인자’였던 살리에르의 시선으로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아마데우스>로 두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이후 콜린 퍼스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을 맡은 <발몽>(1989년)을 내놨고, 포르노 잡지인 발행인을 소재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래리 플린트>(1996년)를 연출했다. 그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은 스페인 종교재판소를 배경으로 하비에르 바르뎀과 나탈리 포트먼이 출연한 <고야의 유령>(2007년)이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