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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동석·유해진 열일했네

등록 2018-05-03 05:03수정 2018-05-03 07:32

-5월 개봉 가족 코미디 영화들-
●챔피언
팔씨름 대회 참가차 고국 온 입양아
핏줄 강박 벗고 ‘진짜 가족’ 찾기
캐릭터 위해 팔뚝 20인치로 늘린
‘마블리’ 따뜻한 매력 고스란히

●레슬러
홀로 아들 키우는 전직 국가대표
옆집 소녀 때문에 폭발한 ‘애증’ 풀기
자상한 아빠-철없는 아들 오가는
유해진 능청·담백 코믹 연기 빛나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관객을 공략할 한국영화 두 편이 잇달아 관객을 찾는다. 팔씨름을 소재로 한 마동석의 <챔피언>(상영 중)과 레슬링을 소재로 한 유해진의 <레슬러>(9일 개봉)가 바로 그 주인공. 두 영화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다. 먼저 ‘명품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 자리’를 꿰찬 개성파 배우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평범함 속에 넘치는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유해진과 ‘몸 자체가 무기이자 연기’인 마동석은 둘 다 그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대표되는 ‘스포츠영화’지만 그 속에 ‘가족애’라는 진한 감성을 녹여냈다는 점도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두 작품은 모두 신예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츠영화 아닌 가족영화 <챔피언>과 <레슬러>는 ‘스포츠’라는 포장지를 둘렀지만 그 안에는 ‘가족애’라는 범용적 주제를 품고 있다. <챔피언>의 주인공 마크(마동석)는 미국으로 입양돼 산전수전을 겪으며 팔씨름 세계 챔피언에 도전했지만, 억울한 일에 연루돼 선수 자격을 박탈당한다. 자칭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를 만난 마크는 그의 권유로 한국에 들어와 팔씨름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마크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엄마는 이미 저세상 사람. 대신 엄마의 딸 수진(한애리)과 수진의 아이들을 만나 가족의 정을 쌓아가게 된다.

<챔피언>은 팔씨름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마크의 고군분투에 더해 핏줄로 엮인 가족의 틈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는 절절한 심정을 뭉클하게 녹여낸다. 입양아라면 누구나 던질 수밖에 없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점차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로 옮겨가면서 마크는 핏줄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서로 손을 맞잡고 일으켜줄 진짜 동반자’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챔피언>이 가족의 탄생을 말한다면 <레슬러>는 부자간의 ‘애증’을 그린다.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 귀보(유해진)는 일찍 죽은 아내를 대신해 아들 성웅(김민재)을 금메달리스트로 키우기 위해 헌신한다. 어느날 이웃이자 가족처럼 지내온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향한 엉뚱한 사랑 고백을 하면서 부자 관계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갈등관계로 꼬여간다.

가영의 고백은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부자의 애증을 폭발하게 만드는 장치다. 짝사랑하던 가영의 시선이 아빠 귀보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 성웅은 질투와 함께 “왜 아빠의 꿈을 내게 강요하냐”고 묻는다. “다 너를 위해서”라는 아빠의 대답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성웅의 모습은 우리네 평범한 부자(혹은 모녀) 관계에 빗대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결국 진심은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이다.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마동석 대 유해진 <챔피언>은 마동석의,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다. 마동석이 실베스터 스탤론의 <오버 더 톱>(1987)을 보고 팔씨름 영화를 꿈꾸며 10년간 준비한 작품으로, 열아홉에 이민을 가 10여년간 미국 생활을 한 경험이 ‘마크’라는 인물의 바탕이 됐다. “캐릭터를 위해 팔뚝을 20인치로 늘렸다”는 그는 “진짜 팔씨름 선수처럼 2년 동안 훈련했다.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캐릭터를 향한 의지를 강조했다. 우락부락하지만 마음씨만은 고운 ‘마블리’의 매력은 <챔피언>에서도 여전하다. 그냥 잡았을 뿐인데 버스 손잡이가 뚝 끊어지거나 고장나 잘 열리지 않는 화장실 문을 한 방에 떼어내는 장면 등에선 웃음이 터진다. 헐크 같은 손가락으로 수진 딸 준희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는 장면에선 코끝이 간질거리기도 한다.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레슬러>는 유해진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가 주된 무기다.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값 몇천원을 깎아달라 조르고, 따뜻한 밥 대신 식은 밥을 맛나게 먹는 ‘프로살림러’다운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아들(김민재)에겐 한없이 자상하지만 어머니(나문희) 앞에서는 철없는 아들 행세를 하고, 4차원 소개팅녀(황우슬혜)와 옥신각신하는 모습에서는 소소한 잔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무살 많은 옆집 아저씨를 짝사랑한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 강력한 한 방이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해진이 펼치는 담백한 연기는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 신인 감독의 패기보단 한계 <챔피언>의 김용완 감독과 <레슬러>의 김대웅 감독은 모두 신인이다.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신인이 자기 색깔을 고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두 작품은 ‘평작’ 이상의 평가를 받기 힘들다. 마동석과 유해진이 평소 보여준 ‘장기’에 기대는 것 외에 연출의 힘은 미미하다.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슬링>의 김대웅 감독은 펼쳐놓은 캐릭터를 갈무리하는 힘이 부족하다. 귀보와 성웅의 질타에도 직진만을 외치던 가영이 두 부자의 갈등 국면에서 갑자기 존재감을 잃어버린 점, 동성애자로 설정된 귀보의 동네 후배 승혁(김태훈)의 쓰임새가 도드라지지 않는 점 등은 아쉽다. 가영의 고백 외에 이렇다 할 사건 전개가 전혀 없는 점도 심심함을 더한다. <챔피언>의 김용완 감독 역시 가족+스포츠 영화의 전형성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팔씨름이라는 소재의 역동성이 잘 살아나지 않는데다 <오버 더 톱>이 연상되는 장면도 많다. 마크 외에 진기와 수진 등 모든 인물에게 사연을 부여한 ‘드라마의 과잉’도 안타깝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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