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시골마을 연쇄살인범 쫓는 두 형사
살인의 추억(S 밤 11시55분)=화성연쇄살인사건을 통해 1980년대 한국 사회를 들여다 본 2003년 개봉작.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연출과 연기, 촬영 등 모든 것이 제대로 조화를 이뤘다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그 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가 됐다.
1986년 작은 마을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 주검이 연이어 발견된다.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은 육감에 의지해, 서울에서 온 서태윤(김상경)은 논리에 의지해 범인을 추적하면서 사사건건 부닥친다. 급기야 박두만은 범인이 현장에 음모를 안 남긴다는 점에 착안해 동네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 남자를 찾아 나서고,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무능한 형사들이 엉뚱한 용의자들과 벌이는 진실게임은 기가 차서 박장대소가 터질 지경이지만, 영화는 그 무능함을 형사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살인의 추억> 속의 풍경은 오히려 정권을 유지하느라 민생치안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1980년대, 그 시대의 조악함을 씁쓸하게 추억하게 만든다. 15살 이상 시청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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