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올해로 20돌을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가 3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한국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시각과 문화를 발굴해온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성년이 된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선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찾는다. 특히 최근 불거진 여성혐오 논란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확산에 따라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영작들의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막작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한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36개국 14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물론, 여성의 관점에서 세상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는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아녜스 바르다와 프랑스 유명 사진가 제에르(JR)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다. 나이 든 거장 여성 영화감독과 젊은 사진작가가 프랑스 시골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찍고 이를 마을 곳곳에 전시한다.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잊힌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은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비로소 실존이 된다. 김선아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미지를 사랑했던 영화광이 만든 영화이자 영화만큼 삶을 사랑했던 거장의 ‘삶에 대한 찬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장편경쟁부문 <파티는 끝났다>의 한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올해 신설된 국제·한국 장편 경쟁부문은 20돌을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성과다. 본선에 오른 총 8편의 영화는 도전적인 시각으로 전세계 여성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나는 태양의 한 방울>(감독 엘렌 나베리아니), <오후 세 시 축구경기>(감독 클라리사 나바스), <행복하길 바라>(감독 양밍밍), <파티는 끝났다>(감독 마리 가렐바이스), <오 루시!>(감독 히라야나기 아쓰코), <아마추어>(감독 가브리엘라 피츨러), <애니멀>(감독 카타리나 뮈크슈타인), <텅 빈 여자>(감독 크리스틴 레폰드) 등이 경쟁한다. 이 중 작품상과 감독상을 각각 한 편씩 선정한다. 한국 장편 경쟁엔 <밤치기>(감독 정가영), <구르는 돌처럼>(감독 박소현), <어른이 되면>(감독 장혜영), <기프실>(감독 문창현), <국광교회>(감독 모현신) 등 5편이 올랐다. 한국 장편 경쟁부문에서는 한 편의 작품상을 선정한다.
한국장편경쟁부문 <밤치기>의 한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누리집 갈무리
최근 타계한 여성 영화인 최은희를 추모하기 위한 특별전도 마련된다. ‘최은희 추모전: 카메라를 든 최은희’에서는 생전에 그가 연출했던 <민며느리>(1965)와 <공주님의 짝사랑>(1967) 등을 만날 수 있다.
부대 행사로 마련되는 ‘쟁점토크’에서는 ‘미투’와 ‘낙태’ 등 우리 사회의 핵심 논쟁거리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첫번째 쟁점토크 ‘낙태죄가 폐지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6월2일)에서는 영화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를 관람한 뒤 낙태죄 폐지 요구 및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두번째 쟁점토크 ‘여성가족부×SIWFF 토크 콘서트: #WITH YOU(위드 유)’(6월4일)에서는 영화 <아니타 힐> 상영 후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미투, 위드 유’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상영작과 프로그램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누리집(siwff.or.kr) 참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