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 2018’ 포스터. 인디포럼작가회의 제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경쟁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 2018’이 7~14일 서울 종로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인디포럼작가회의가 여는 영화제로, 올해 23회를 맞는다.
역대 최다 출품작 수인 1155편 중 엄선한 51편의 신작을 상영한다. 주목할 점은 여성 캐릭터를 서사 중심에 놓은 영화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두 편부터 그렇다. <언프리티 영미>(감독 이영미)는 외모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외모를 놀리는 일을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지만, 영미는 어린 시절 받은 놀림이 트라우마가 된다고 말한다. 영미는 랩으로 자신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승화한다.
또 다른 개막작 <마리>(감독 김민지)는 여성의 자위와 욕망에 관한 영화다. 보통 영화에서 여성의 자위는 묘사되지 않거나 상대와의 관계에서 불만족한 여성의 행동 또는 관능적으로 보이기 위한 행위 등으로 묘사돼왔다. <마리>는 여성의 자위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임을 설파한다.
‘인디포럼 2018’ 개막작 <언프리티 영미>. 인디포럼작가회의 제공
<이삿날>(감독 박흥준)은 이삿날 새로 들어선 공간에서 느끼는 낯섦과 설렘,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생활에 달라붙어 있는 불안감을 소박한 이야기를 통해 전한다. <씨스터룸>(감독 조하영)은 이사하고 알바하고 살아가는 일상 공간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과 불안함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국페미>(감독 강유가람)는 광장에 나선 여성들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박근혜 정권 퇴진행동에 참가했던 페미니스트들의 인터뷰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젠더 이슈를 담았다.
<팬티의 미학>(감독 조현채)은 속옷으로 입는 팬티가 길에 떨어져 있을 때 해볼 수 있는 여러 상상을 재치있게 담아냈다. 나아가 남녀 관점 차이와 고착된 성역할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은명>(감독 김한라)은 모델로 일하는 은명의 고민을 좇아가면서, 수명이 짧은 직업을 가진 여성의 고민과 아직 현역이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의 삶을 그린다.
신작 상영전 말고도 다양한 기획전이 마련된다. 인디나우, 인디리트로, 인디포워드 섹션을 통해 독립영화의 현재, 과거, 미래의 흐름을 조명한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검열당했던 작품 <돈오>(감독 이지상), <고갈>(감독 김곡) 등을 온전히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음란과 불온의 소환: 외적검열과 자기검열>이라는 특별포럼을 통해 독립영화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성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해외 독립영화 초청전 인디포리너 섹션에서는 캄보디아 영화계의 샛별 데이비 추 감독 특별전을 마련한다.
인디포럼작가회의는 영화제를 통해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며, 성평등, 성폭력 예방교육 및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성폭력 신고접수 기구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