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우주로 그 무대를 확장하며 사이즈를 늘려가는 마블 유니버스와는 정반대로 원자보다 더 작은 양자역학의 세계로 사이즈를 줄여가는 히어로가 돌아왔다. 토르의 망치, 아이언맨의 수트,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헐크의 주먹과 같은 초인적 힘을 ‘역발상’으로 제압한, 작아서 더 강력한 앤트맨이다. 이번엔 파트너 와스프까지 대동했다. 지난 2015년 개봉해 28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초미니 히어로가 이번에도 아기자기한 잔 펀치로 관객을 녹아웃(KO) 시킬 수 있을까?
오늘 개봉하는 <앤트맨과 와스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직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며 어벤져스에 합류했던 앤트맨 스콧 렝(폴 러드)은 에프비아이(FBI)에 붙잡혀 2년째 집안에 연금 중이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드럼 연습을 하고 딸과 놀아주며 ‘한가한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와 그의 딸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이 다시 나타난다. 부녀는 과거 핵전쟁 위기를 막고자 원자보다 더 작은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 실종됐던 엄마(아내)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를 찾기 위해 양자영역으로 통하는 터널을 고안 중이었던 것. 2대 와스프로서 날개를 단 수트로 무장한 호프는 양자 터널을 완성할 마지막 부품을 구하려 하고, 스콧은 앤트맨으로 변신해 호프를 돕는다. 하지만 그들 앞에 유령처럼 물체를 통과하는 빌런 고스트(해나 존-케이먼)와 무기 밀매꾼들이 나타나 방해를 일삼는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편 역시 옥살이를 하고 나온 터라 딸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었던 철없는 아빠 스콧 렝이 개미만큼 작아지고 개미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앤트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던 1편과 연장선에 있다. 이번엔 개미보다 더 작아졌다가 거인보다 더 커지는 등 자유자재로 사물을 줄였다 늘리는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독창적 액션신이 볼거리다. 미니카와 사탕통이 한 방에 거대해져 악당을 막아서는 장면이나 연구실 건물을 작게 줄여 여행용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는 모습, 공룡처럼 거대해진 앤트맨이 화물트럭을 킥보드 삼아 타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전편과 같이 입이 떡 벌어지게 화려한 ‘한 방’ 대신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잔 펀치’로 승부를 건 셈이다.
조연들이 펼치는 빛나는 ‘비급·병맛’ 유머도 무시할 수 없는 소소한 재미다. 스콧 렝의 동업자인 루이스(마이클 페나)와 동료 직원들의 빵 터지는 수다와 무기상 소니 버치(월튼 고긴스) 일당의 어설픈 개그는 작정하고 관객의 웃음보를 공략한다. 초반엔 다소 어이없어 피식거리다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빠르게 동화돼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힘이 있다. 다만, 마블의 세계관에서 꽤 드문 여성 빌런 ‘고스트’의 존재감이 영화 전반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이미 손가락 한 번 튕겨 전 세계 절반을 멸망시킨 최강 빌런 타노스를 경험한 마블 팬의 입장에서는 살짝 시시할 법도 하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둘러싸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마블 팬들 사이에서는 ‘시공간의 경계가 무의미한 양자영역이 타노스와의 마지막 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진 바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이러한 팬들의 기대에 불을 붙이는 ‘맛보기’라고 보면 된다. 아, 이번 쿠키 영상은 두 개다. 늘 그렇듯 마블의 ‘떡밥’은 큰 기대엔 실망을 안기겠지만, 큰 기대가 없다면 나름의 잔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