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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임권택의 ‘올림픽 대한뉴스’에 ‘푸른곰팡이’가 피었다

등록 2018-07-04 15:52수정 2018-07-04 19:21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6~7일 ‘영화+공연’ 융복합 작품 선보여
임권택 연출한 88올림픽 공식 다큐에
조동익·조동희 남매 음악감독으로 참여
엔딩곡에 ‘한반도 화해’ 메시지 담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한 장면.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한 장면.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른 휴전선 철조망이 클로즈업된다. 하늘에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이어지더니 이내 오륜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는 성화를 들고 달리는 주자. 1988년 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동안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미리 녹음한 게 아니라 실제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이다.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음악연습실에선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는 6일 막을 올리는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이다. 서울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가 주최하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영화와 공연을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제를 추구해왔다. 지난해 개막작부터 선보인 ’씨네라이브’ 프로그램은 영화 상영과 동시에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융복합 장르 예술이다. 지난해에는 1927년 제작된 오리지널 무성영화 <시카고>에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30인조 세미-심포닉 앙상블 연주를 입힌 <무성영화 라이브: 시카고 1927>을 선보였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습 현장. 왼쪽 노래하는 이가 조동희 음악감독.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습 현장. 왼쪽 노래하는 이가 조동희 음악감독.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올해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음악 공연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파격이라 할 만하다. 김홍준 영화제 예술감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00년간의 올림픽 공식기록영화를 모아 지난해 블루레이로 발매한 사실을 알고는 서울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를 떠올렸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당시 충무로의 모든 역량을 집약한 결과물이었으나, 대중에겐 공개하지 않은 채 국제올림픽위원회 필름 아카이브로 직행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중개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상영권을 얻어낸 김홍준 예술감독은 1990년대 전설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후신인 ‘푸른곰팡이’의 조동익·조동희 남매에게 음악감독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한 장면.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기록영화 <손에 손잡고> 한 장면.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30년 만에 일반 관객에게 처음 공개되는 <손에 손잡고>는 조동희가 이끄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한다. 개막식 상영 때는 서울올림픽 공식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코리아나 원곡 대신 조동익이 편곡하고 장필순·이승열·조동희가 부르는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각국 선수단 입장 장면에선 기존 배경음악인 민요 ‘옹헤야’ 대신 삼바 버전으로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할 계획이다. 조동희 음악감독은 “선수들의 호흡, 관중석의 박수 등 현장음과 국악 배경음악 등 살릴 수 있는 건 살리면서 새로운 음악 13곡을 작·편곡해 재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이 집필했던 내레이션은 1988년생 남녀 성우 둘이서 라이브로 읊는다.

지난 석달간의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밴드 멤버들은 처음엔 “두시간짜리 ‘대한뉴스’에 우리 음악이 어울리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영상과 연주의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 데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차츰 호흡과 손발을 맞춰가면서 열정과 재미가 되살아났다. “처음엔 영화에서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작업하다 보니 푹 빠져들게 됐어요. 마라톤 경기에선 꼴찌여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베트남 선수를 보며 올림픽의 의미를 새삼 깨우쳤죠.”(조동희)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습 현장을 지휘하는 조동희 음악감독.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연습 현장을 지휘하는 조동희 음악감독.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홍준 예술감독에게 이번 프로그램은 더욱 각별하다. 임권택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지냈던 그는 “이 작품은 임 감독님과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와도 같다. 임 감독님께 미리 허락을 구했더니 ’재밌겠는데’ 하며 개막식에 보러 오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조동익과도 인연이 깊다. “제 감독 데뷔작 <장미빛 인생>(1994) 음악감독이 조동익이었어요. 그때 정말 좋았거든요. 이번에 조동익이 편곡한 ‘손에 손잡고’를 듣고 너무 좋아서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조동익이 영화 엔딩곡으로 편곡한 마지막 노래는 비장의 무기다. 조동희는 “제목을 밝힐 순 없지만 지금 한반도 대화합의 분위기를 담은 엔딩곡이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씨네라이브: 손에 손잡고> 개막식 상영은 영화제 관계자에게만 공개된다. 대신 7일 오후 6시3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또 한번 상영하는데, 인터파크에서 표를 예매할 수 있다. 이땐 이승열 대신 문제호가 보컬로 참여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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